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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gtake Jun 08. 2023

# 약속 :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또 하게 되는

깨복은 초등 5학년 생, 만복은 초등 3학년 생으로 초등학교에 다니고, 학교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있다. 집에서 하기로 함께 정한 자율학습은 (종잇장 같은) 영어책 3권, (10분 안에 풀 수 있는) 수학 2장이다. 일주일 중 이틀 휴가를 쓸 수 있는데, 반차로 나누어서 휴가를 쓸 수 있다.


함께 분량을 정했지만, 학습은 자율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일에 떨어져 살고 주말에 집에 가서 일주일 동안 표시한 달력을 보면 참 화가 날 때가 가끔 종종 있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이번 주에 나는 참지 못하고 애써 동요하지 않은 척 말했다. 게임과 학습을 연결해서 게임을 보상처럼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게임을 할 수 있는 주말 새벽 6시 30분에 자는 깨복을 깨워 게임을 종용하는 만복을 보고, 이제 한 번은 써먹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복과 만복을 앉혀놓고 조용히 (화나지 않았고 오랜 숙고의 결정임을 알리듯) 말했다.                    

나   : 엄마가 생각해 봤는데, 영어랑 수학 우리 ‘하            기로 한 거(보통 늘 이렇게 표현한다, 애써 공부가 아닌 약속이 핵심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 너무 못한 거 같아. 우리가 ‘하기로 한 거’니까 앞으로는 다 하고 주말에 게임을 하는 걸로 하자.

만복 : 엄마,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서운해.

깨복 : 엄마, 피곤하면 못 할 수도 있고 그런 건데 엄마 지금 우리한테 하라고 ‘압박’하는 거잖아. 그건 좀 아니지.


깨복의 ‘압박’이란 표현에 뿜을뻔했다. 아닌 척해도 내심을 다 뚫는 초등 5학년 생이다. 휴가도 있는데 아프면 병가까지 찾아 쓰고, 만복이 아프면 간호하느라 간병 휴가까지 찾아 쓰는 깨복이다. 깨복과의 늦은 밤 대화 한 꼭지.         

            


나    : 깨복, 공부하는 시간에 아빠가 만복 봐줘야 하니까 혼자 영어 하기 어렵지 않아? 학원 다니면 어때?

깨복 : 엄마, 엄마는 내가 학교 공부 못 따라간다고 생각해?

나    : 아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이건 진심).

깨복 : 나는 학교 공부 어렵지 않고,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해. 학년이 높아지면 공부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아직은 괜찮아. 학원은 혼자 하기 힘들 때 보충하려고 다니는데 아냐?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말할게.

나  : 그래(이건 수긍, 나는 왜 말을 꺼내었나...).


아닌 척 놓았던 엄포를 확인하는 이번주다. 5월 24일 자 ‘아빠가 화냄. 분위기상 못하겠음.’이라고 적어 놓은 깨복의 달력을 본다. 남편이 만복을 혼낸 날, 깨복과 만복은 합심하여 할 일을 접고 잠들었다.


이번 주는 깨복과 만복이 ‘하기로 한 거’를 다 끝내고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다짐한다. 깨복의 어떤 말에도 난 이번에 넘어가지 않고 단호히 ‘하기 한 거’를 다하지 않으면 게임은 당장 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그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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