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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 Mar 21. 2020

유선종양 전적출 수술 3일 차

드디어 식욕이 살아났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A를 찾았다.  A는 10년을 나와 함께한 강아지로, 사흘 전에 유선종양 전적출 수술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요 근래 새벽에 계속되는 안방 층간소음으로 인해 거실에 라텍스 매트를 깔고 A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수술 첫날부터 매트 한가운데 극세사 담요들로 A의 자리를 만들어 두었다. 남편과 내가 양 옆에 누우면 언제든 둘 다 A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위함이었다. 어젯밤까지 매트 한가운데인 A의 자리에 있었는데, 눈을 뜨니 온데간데없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구석구석 A를 찾아보니 웬걸. 언제나처럼 늘 잠들던 남편의 다리 사이(..)에서 남편의 발목을 베고서 자고 있었다. 잠결에 발길에 차이기라도 하면 어쩔까 싶어 걱정이 됐지만 A가 좋아서 그러는 것을 어쩔까 싶어 그냥 두고 계속 주시하기로 했다.  



조심조심 일어나 사기그릇에 사료를 덜어 사료가 잠길 정도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 뚜껑을 덮어 사료가 불어날 동안 커피나 한 잔 하며 기다리려는 찰나, 어느새 A가 내 발치에 와서 꼬리를 흔들고 있다. 사료를 그릇에 따르는 소리로 눈치챈 건지, 아니면 불려지는 사료가 풍기는 냄새로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귀신같이 알고 절뚝이며 걸어와서는 '밥 거기 있는 거 다 알아'라고 온몸으로 말했다. 두 손을 천장으로 치켜들고 번쩍번쩍 뛰기도 하는 통에, 나는 상처부위가 잘못될까 봐 질겁하며 채 불지도 않은 사료를 플라스틱 수저를 사용해 입에 떠 넣어주었다.

첫날은 밥을 거부했고, 어제는 아침부터 조금씩 먹다가 저녁 즈음에는 그나마 입맛을 찾은 듯 보였다. 오늘은 어제보다 식욕이 더욱 왕성해졌고, 앓는 소리를 내는 횟수도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 누워있다가 끙,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만 날을 더해갈수록 통증은 훨씬 줄어드는 것 같아 보인다.  



잠을 자는 매트 근처에 패드를 여러 장 깔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예전에 용변 보던 장소인 작은방까지 가서 용변을 본다. 수술 전엔 내키는 대로 집안 여기저기에 아쿠아 빔을 쏘아댔는데.. 아픈 몸인 지금은 왜 굳이 지정된 장소로 가서 용변을 보는지 정말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수술 후 처음으로 큰일도 봤는데, 자세를 잡기가 어려워 보였지만 잘 해냈다(?). 확실히 나날이 호전되는 듯 보인다. 드레싱 하러 수술 날짜로부터 7일 후에 오라고 하셨지만 5일 즈음에 방문할 생각이다. 의사 선생님 말씀을 무엇 하나 어김없이 지키고 있지만.. 지금 붕대가 너무 조여있는 것 같아서 숨쉬기 힘들어 보여, 새 붕대로 교체하며 소독도 할 겸 방문하려 한다. 실밥은 수술 날짜로부터 열흘 뒤에 뽑을 예정이다.



첫날에는 어찌나 끙끙 앓던지, A가 걱정되던 남편은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잠들지 못했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한 시간을 망부석처럼 서있기도 했다. 아마도 그 자세가 통증이 제일 적게 느껴지는 자세일 거라 추측했지만 밤새 서있기도 힘든 노릇이라 중간중간 뉘어주었다. 사흘째인 오늘은 이불이 더운지 자기 집으로 혼자 걸어가서 잠을 자기도 하고, 사료 냄새를 맡으면 펄쩍펄쩍 뛰기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하루하루 차도가 보여 너무나 다행이다.





2주 뒤면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다. 종양의 형태나 자라는 속도, 그리고 애니스캔 결과를 보고 악성일 수도 있을 거라 짐작을 하고 있다. 이건 내게 있어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건데, 안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자꾸만 스스로의 마음을 찌른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뜩 기대한 뒤에는 늘 실망이 따라왔던 경험이 반복되어서일까. 찔리는 동안은 너무나 아프지만, 만일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으니 받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다. 마음을 찔렀던 준비기간 동안 마냥 슬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행해야 할 플랜을 생각해두기 때문에 대처도 비교적 빨리 하는 편이다. 그리고 결과가 좋게 나온 경우라면.. 그 경험은 내게 정말 뜻밖의 선물 같은 일이 된다. 


이번 일을 겪으며, 언젠가부터 생긴 이런 습관 같은 생각들이 스스로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씩씩하게 지내야 A도 힘을 낼 테니까. 언제까지 눈물바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흔들리지 않고 담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A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이한(남편을 빼면 서운해할 테니)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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