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과 찍었던 사진중에서, 가장 애뜻하게 느껴지는 사진은 마지막으로 포차안에서 같이 찍었던 사진인 것 같다. 그 사진이 좋은 이유는 그간 우리가 긴 시간 싸우고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얼굴이 (특히 코하고 눈이) 놀랍도록 너무도 닮아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분명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에 대비해서 함께 있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계속 살아왔던 부부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한 모습으로 보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러나 이 사진이 그이와 나의 사랑에 완벽한 은유가 되지는 못 한다. 단지 우리가 정말 하늘이 내린 인연처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긴 했었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능성일 뿐이다. 그래서 아마, 더 애뜻하고 애정이 가고 씁쓸함을 느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