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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세이 Oct 04. 2023

너는 마니아층이야

칭찬인가 돌려까기인가

어렸을 때 난 보편적이지 않은 아이였다. 키워주신 외할머니께서 꽤나 고생하셨다고 엄마가 말해주었다. 지금의 내가 봐도 4-6살의 난 참 까다로웠다. 원하는 게 매우 디테일했다. 갓 빤 옷을 바로 입히는 걸 극도로 싫어했는데, 엄마는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부들부들한 촉감을 좋아해 바로 빨아서 빳빳한 티셔츠는 입지 않았다. 세탁 후 이불 밑이나 옷장 안에 둥글게 말아 2~3일간 숙성시켰다. 약간의 습기를 머금으면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길들여 입고 다녔다. (지금은 훌렁훌렁~ 어떤 옷이든 잘 입는다. 과학의 발전이 섬유유연제의 발전을 이끌었다)



재작년 용하다는 무당에게 사주를 봤다. 연애운을 물어봤는데 그 역시 내게 이렇게 말하더라. "너는 마니아층이야" 칭찬인가 돌려까기인가, 기분이 묘했다. 그 말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특별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모습을 좋아할 거라 믿었고, 실제로 나타났다.



별난 게 칭찬으로 통하는 곳이 예술이라.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옷 만드는 분야에 몸담았다. 난다 긴다 하는 친구들을 보면 어딘가 휘황찬란했다. 입은 옷이 독특하거나, 정신세계가 어나더 레벨이거나. 그에

비하면 난 별거 아니구나, 안도하면서도 부러웠다. 남들이 뭐라 해도 끝까지 밀고 붙이는 용기가 멋졌다. 타인의 가벼운 말들을 튜브처럼 튕기는 그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 계속해보라고, 그 친구를 지지해 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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