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면접장까지 간다
'면접 볼 때 주의할 점'
'면접 볼 때 첫인상 좋게 보이는 방법'
실제로 저도 면접 준비를 할 때 많이 찾아본 검색어들입니다.
하루 만에 나의 밥벌이를 결정짓는 중요한 날이니 만큼,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더 밝고 싹싹하고 씩씩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뭐, 찾아봐도 비슷비슷한 답변들이었습니다.
(1) 지각하지 않기
(2) 밝은 얼굴로 인사하기
(3) 바른 자세로 착석하기
(4) 면접관의 말 경청하기
(5)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기
한껏 긴장된 상태로 이 답변들을 마주하니, 무슨 면접관을 홀리는 마법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러한 자세와 태도들이 비단 면접에만 국한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지금 혼이 나간 상태로는 잘 깨닫지 못할 뿐이죠...
물론 면접에서 좀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요. 친구들과의 가벼운 술자리에서 바르게 앉아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척추수술 1700만 원...)
하지만 위의 항목들 +@, 특히 '경청'과 '눈 마주치기'는 어느 상황에서나 필요한 태도입니다.
이런 부분이 면접 볼 때만 반짝 연습한다고 습관이 될까요?
만약, 운이 좋게 면접에 통과했다 하더라도, 실제 본격적인 게임은 회사생활부터입니다.
회사생활에서 이러한 부분이 받쳐주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아마 고단 하실 겁니다...
사실 면접은 하나의 '스텝'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깔끔하고 바람직한 인상만 보여주는 게 꽤 가능하지만, 결혼하면 산산조각이 나듯...
면접에서도 꾸며진 내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으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죠.
대학입시로 치면 수능만 쳤다고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입학 후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목표를 갖고 경험을 하며, 어떤 교우관계를 형성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당장은 면접에 붙어야 뭐가 시작되니 그게 전부인 것 같지만, 사실 입사하게 되면 그보다 더 험난한 일들이 펼쳐집니다. 거기에 상사, 선배, 동료, 심지어 내 뒤에 들어올 (그 악명 높은 MZ) 후배들과의 관계까지...
만약 공공기관에 입사하신다면 민원인을 대하는 것도 아주 큰 부분입니다. 9 to 6 대부분의 시간을 민원인 상대에 할애하느라 제 업무를 못해서 야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정말 널려있어요...)
직속 부처가 있다면 사무관/주무관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하고, 의전도 잘 해내야 하죠.(개인적으로 의전이 정말 사회생활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청'을 하지 않고 각종 업무를 척척 해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게 되는 사람을 한 번도 못 봤습니다.(봤으면 제보 부탁드려요. 저도 좀 배우게...)
따라서, 면접에 갖춰야 할 태도를 연습한다는 것은 저 위의 것들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런 상식적인 태도들은 기본적으로 체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럼 면접을 위해 어떤 자세를 연습해야 할까요?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나쁜 습관들을 파악하고, 교정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답변하는 모습을 친구에게 교정받는 것, 그리고 카메라로 직접 제 모습을 찍어 스스로 교정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연습했습니다.
교정해야 하는 항목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어적 습관으로는 목소리 톤, 그리고 자기비하/자기과시형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뽑아볼 수 있습니다.
면접장에서 이야기를 할 때, 생각보다 목소리 톤이 크게 작용합니다. 목소리 톤은 글로 치면 가독성 같은 것이에요.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공평성을 위해 모든 면접자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고, 필요시 1~2개 정도의 꼬리질문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즉, 면접관들이 자칫 잘못하면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면접관을 사로잡을만한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대부분 그러지 않은 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가 너무 높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진 않은지, 주현영 기자처럼 말하고 있진 않은지, 너무 일정한 음역으로 말해서 귀에 안 들어오지는 않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습관적으로 자기비하/자기과시를 하는 분들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겸손의 미학을 중시하는 만큼, 겸손을 넘어 자신을 비하하게 되면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습니다. 반대로 자기과시는 겸손이 없어 보여서 문제죠.
예를 들어, 면접관이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고 해봅시다.
면접관: A 지원자님은 학점이 굉장히 높으시네요. 머리가 좋으신 편이신가 봐요?
그리고, 이렇게 답변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A: 아닙니다. 저는 머리가 안 좋아서 남들보다 암기하는 속도도 늦고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겸손하고 좋은 지원자’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물론 그렇게 받아들이는 면접관이 한 명도 없진 않겠지만, 마치 변명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겸손’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래의 답변은 어떠신가요?
A: 감사합니다. 머리가 좋은 편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고,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건 어떠신가요?
우선 자신의 장점을 알아본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머리가 좋은 편이신가 봐요?’라는 자칫 거만함을 드러낼 수 있는 질문에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태도적인 측면을 부각하면서 겸손한 모습도 보이지 않나요?
이처럼 같은 겸손을 표하는 말을 할 땐 자신을 비하하는 방향이 아닌, 긍정적인 표현들을 사용하면서 밝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 유리합니다.(사실 어디서나 통용되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평소에 어떤 화법을 사용하는지 한 번 면밀히 살펴보시고,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뉘앙스들을 교정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교정해야 할 태도적 습관으로는
다리 떨기, 눈을 심하게 깜빡이기, 손톱 뜯기, 입술 물어뜯기 등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면접관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처음에는 듣는 사람이 인지를 잘 못할 수 있지만, 한 번 인지하고 나면 면접자의 답변을 경청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스처를 너무 과하게 사용하는 것, 시선을 잘 맞추다가 한 번씩 천장을 너무 과한 각도로 바라보는 등의 행동도 몰입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교정해 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긴장하면 말이 빨라지는데 그러면 말을 많이 더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숨을 쉬어가며 이야기하기, 끊어 얘기하기 등 최대한 말을 더듬지 않게 연습했습니다.
또한 자세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도 고쳤습니다. 긴장한 탓에 주먹을 꼭 쥐고 이야기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굉장히 경직되어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주먹을 쥐고 허벅지 중간에 손을 올려두는 연습을 했습니다.
친구는 말하는 중간에 ‘어…’라는 소리를 많이 내서,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 면접장에 가보니, 한 면접자가 의도치 않게 숨을 굉장히 크게 쉬는 바람에 답변하는 중간중간 들리는 마스크 소리가 굉장히 거슬리게 다가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들이 합격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집중력을 흐릴 수 있는 요소가 생기면 상대적으로 내 말이 덜 귀 기울이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불합격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면접장에서는 군더더기 없게,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라는 마음으로 거슬리는 것들은 최대한 배제하는 연습 하세요.
이런 습관을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의 면접 상황을 만들어서 카메라로 나의 모습을 찍어보는 것입니다.
카메라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우면, 카메라 뒤에 사람을 한 명 세우거나 인형을 세워도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내가 이야기하면서 산만하게 하는 부분은 없는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저는 친구와 둘이서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고, 어떤 점을 고치면 좋을지 피드백해주며 많이 고쳤습니다. 저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