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메타몽이 아닙니다.
배경화면 출처: Threads [최텐도 @choitendo] 게시글 중
워낙 미디어와 정보전달이 빠르고 쉽게 이루어지고 있고, 회사 리뷰도 남길 수 있다 보니 입사 전 여러 가지 정보를 체크해 보기 용이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목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그 회사가 운영하는 브이로그를 보기도 하고, 면접 꿀팁 영상과 후기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 취준생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수많은 면접 컨설팅 유튜브 중 저와 결이 잘 맞는 것을 골라 교과서처럼 삼고, 저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연습하며 다듬어나갔습니다.
그런 면접 컨설팅 유튜브를 보다 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그대로 따라 하지 마세요.
입니다. 특히 '성격의 단점'과 같은 민감하면서도 단골인 질문에 대해서, 아무래도 면접관이 듣기에 마일~드한 요소를 찾다 보니 따라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 듯합니다.
사실 저는 따라 하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화가들도 모작을 하며 스스로의 화풍을 찾아가듯, 면접 준비도 매한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여기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저 줄줄줄 외우는 시험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면접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즉 합격자의 답변이 정답이라고 착각하고 그대로 외워내는 것입니다.
면접에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면접관과의 결이 잘 맞아야 합격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세상에는 정말 많은 성향의 면접관이 있고, 그 면접관들도 원데이 투데이 면접을 보는 게 아니다 보니 채점의 기준이 면접관이 아닌 '회사의 인재상과 가치'라는 것은 너무나도 깊숙이 체화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 주변의 면접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만났을 때,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격의 장점 = 꼼꼼함, 배려심, 차분함, 긍정적임 등등 중 택 1
성격의 단점 = 꼼꼼해서 느림, 배려하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약간 내려놓음 등등 중 택 1
역량 = 소통을 잘 함, 경청, 문제해결능력, 학점, 공모전 수상 등등 중 택 1
존경하는 인물 = 이순신, 부모님 등등 중 택 1
이런 식으로, 요소가 정해져 있고, 그 이유를 해설지 삼아 본인의 경험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연습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답변을 막힘없이, 그리고 튀지 않게 하기에는 좋을 수 있지만,
결국 면접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득하고 이런 내 성향이 회사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피력하는 자리입니다.
즉, 무난하게 진행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결국 하나의 인상 깊은 면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렵겠지만, 적당히 무난하고 적당히 튀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면접 후기가 나의 면접 준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나와있는 면접 후기는 너무 잘 알려져 있고, 면접관들도 너무 잘 알고 있을 수 있으며,
그 무엇보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 것'으로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면접관들에게 파는 마케터가 되어야 비로소 합격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던 면접 후기 일화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인물 면접 예시'라고 검색하면 죄다 이순신 장군, 부모님, 링컨 대통령, 박지성 등등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뿐이었던 느슨한 면접에 긴장감을 주는 일화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댓글 중 하나.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알게 모르게 진짜 이소룡을 존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스로 써먹은 사람이 분명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티가 안 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본질적으로 자기 PR 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의 본질적인 물음이 무엇일까요? 정말 제가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해서일까요?
이 질문을 통해 면접관이 나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나의 가치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를 보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을 멋지고 존경하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스펙자의 취뽀이야기] 시리즈 중 하나인 [지원동기는 '퍼스널 브랜딩'이다.] 편에서 제가 강조했던 것은, 면접관들에게 저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강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아래와 같은 가정이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 내 메인 이미지: 긍정적인 분위기메이커
- 존경하는 인물과 이유: 이소룡, 노력의 중요성
- 성격의 장점: 차분하고 꼼꼼함
묵묵한 노력의 중요성을 알고, 차분하고 꼼꼼한 편인 밝고 긍정적인 신입사원?
물론 모두 좋은 아이템이고 나무랄 데가 없으나, 나에 대한 하나의 큰 줄기가 잡히지 않으니, 대체 어떤 사람인지 감을 잡기도 어렵고 각인시키기도 어려울 겁니다.
더 나쁘게 보이면 그냥 '좋아 보이는 건 다 가져다 쓰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죠.
다시 한번 이야기하면, 좋은 아이템을 공부해서 응용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부합하는지, 그리고 나에게 적용했을 때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가져다 쓰는 것은 '도용'이라는 행동에도 문제가 있지만, 결코 나 스스로에게도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저는 운이 좋아 다닌 회사 모두 한 번에 붙었지만, 보통은 여러 곳을 지원하고 수없이 많은 면접 상황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방향, 내가 추구하는 나의 모습, 인생, 가치관이 모두 녹아들 수 있게 연습하는 것이 '면접 준비'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짧은 시간 내에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면접'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으로 따지면
면접 준비 = 상품 기획 및 생산
홍보 및 판매 = 면접
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면접관에게 잘 보이는 데 치중하기 전에, 내가 어떤 모습을 나의 강점으로 밀고 나갈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이고, 이를 파악하는 것은 결코 남을 '그대로' 모방하면서는 불가능합니다.
짭은 시장에서 결코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없는 것처럼요.
첫 시작은 항상 어렵습니다.
좋은 예시를 보고, 습득하고, 적용해 보고, 상상해 보고, 고민해 보고, 꼭 판단해 보면서 그것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꼭 해보면 좋겠습니다.
모작을 내 작품이라고 착각하지 않기 위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