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은 Jun 18. 2023

10. 가족에 대하여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그리고 나

저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용서해라 단지 그것만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당사자분 스스로가 힘든 그 상황에서 좀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인 거예요.
부모님을 이해해야 당사자분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당사자분이 부모님이 그랬던 순수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당사자분은 계속 사람을 경계하면서 만날 거 아니에요.

당사자분이 부모님을 이해하는 그 순간이 사람을 믿게 되는 순간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당사자분이 부모님을 위해서 부모님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유튜브 김달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연애 방식> 중-


"그래서,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괜찮아요.'라고 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나는 그저 오늘을 살 뿐이에요."



장황한 듯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심플하다.

1. 부모님이 법적인 문제를 저질렀는가? -> NO

2. 내가 부모님이였으면 참고 살았을 것인가? -> NO

3. 이것이 내 인생에 큰 흠이 되었는가? -> NO


그저 부모님은 서로 가치관이 안 맞아 헤어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으레 연애하고 헤어지듯.


그랬다고 부모나 자녀 모두 이혼을 가볍고 쉬운 문제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연인관계에서는 서로만 상처받고 끝날 일을, 부부에서 더 나아가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상처받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기에, 신중해야할 일은 맞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있어 조금 크게 속상했던 기억일 뿐인데, 이것을 큰 일이 났던 것처럼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더 심각해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의도적으로 아프게 하려던게 아니였음을,

우리가 서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선택 중 하나였음을 이해한다면,

앞으로의 삶이 조금은 더 기운차지지 않을까?







유교사상이 깃든 이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친엄마와 친아빠가 다른 집에 살고 있는 이유가 주말부부라서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 이 사람한테 설명을 해줄지, 아니면 그냥 웃고 넘어갈지 판단하는 것도 썩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주변사람들에게 굳이 약점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서, 그 약점의 바운더리에 부모님의 이혼이 들어가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내 당당함과 쿨함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이 일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생각은 앞으로도 없다.


밝히지 않는 것은 곧 부끄러워 하는 것이고,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저 나에게는 현 남자친구에게 굳이 전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이혼 가정에서 자란 자녀로서, 우리 사회에 바라는 것은 하나이다.


세상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체화하는 것.



기존의 가족이라는 고정적인 관념에 들어가지 않는 가족의 형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게 이혼과 재혼에 의해 발생했든, 입양에 의해 발생했든, 혹은 성소수자에 의해 발생했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고정관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계모와 계부 모두 재혼 전에 낳은 피를 나눈 자식들이 있지만,

훗날 병원에서 보호자 동의서를 쓰게 된다면, 피를 나눈 자식들이 아닌 내가 싸인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가족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9. 자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