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함을 서성이던 아이에게 선생님이 건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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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슈가

이젠 인정해야겠다.

"너 좀 특이한 편이야"

"가끔 사차원이기도 해"

솔직히 말하면 이십 대에 친구들이 하는 말을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뭐 그리 특이하다고들 그러는지.


친구들은 그 근거로, 엠티를 갈 때 정장 바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오는 모습이나, 안 마신다면서 동아리 방에 도착해서는 친구의 캔커피를 딱 한 모금만 달라고 하는 모습, 대화할 때 엉뚱한 상상을 해서 곧잘 샛길로 빠지는 것들을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좀 웃긴 편이지, 특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더는 애정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직장에 가서야 비로소 인정했다. 내가 자라온 환경과 그로 인해 형성된 성격이 결코 평범한 축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나무들이 초록 옷을 막 입기 시작했고 가느다란 비가 막 내리기 시작한 초여름의 오후였다. 나는 열 살 정도의 초등학생이었다. 그날은 방향이 비슷한 친구의 우산을 얻어 쓰고 집에 가려는 길이었다. 그냥 곱게 집으로 갈 수 도 있었을 텐데 은밀한 취미 생활을 해야 직성이 풀렸나 보다. 친구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곤 교무실 입구 근처에 놓인 투명하고 납작한 함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한참을 서서 그 함 안을 들여다본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는 기다리다 못해 재촉을 한다.


"야, 너 뭐 해? 나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

"알았어. 조금만. 조금만 더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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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의 일을 하며 얻은 것을 씁니다. 마음 속에 파고드는 작가이고 싶은 사람. 진심 글쓰기 모임을 운영합니다. <감성 콘텐츠>출간, 등단, 예술활동증명, 26년 에세이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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