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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형 Dec 18. 2021

오늘은 엄마가 소파 위치를 바꿔보자고 했다.

엄마랑 집 정리하기

오전 9시까지 작업실을 나가보려고 8시 40분에 모든 준비를 끝낸 후 거실에 나왔다. 엄마가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왜 멍때리고 있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집 정리는 언제 다 하겠노"라고 하신다. 옆에 앉아 "어디 정리하고 싶은데"라고 물으니, 엄마는 지금 소파랑 티비가 있는 위치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오전에 일이 많냐고 한다. 별일 없다고 하고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서울에서 살던 내가  많은 짐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왔으니, 공간이 모자란건 당연한 처사였다.  짐은 하고서라도 엄마와 아빠의 짐이 많았다. 물건을   버리는 성격은 집안내력인가보다.   식구의 짐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집에 들어와있으니, 엄마가 소파에서 멍때릴만도 했다.


일에 바쁘신 두 분이라 사실 집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력은 없어보였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금방 갔나보다. 아들이 집에 와있으니 정리되지 않은 짐들이 계속 신경쓰일만도 했다. 거기에 아들들 짐까지 더해졌으니, 정리되지 않은 짐들이 집안 이곳저곳 거실 이곳저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족 모두 한동안 이 집을 외면해버린것은 아니었을까.


부산을 내려오고 나서, 나는 내 방을 확보하기 위해 정리를 시작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면서 내심 엄마의 염원이었던 집꾸미기를 나를 통해 실현해보고자 함이 분명해보였다. 무엇하나 엄마 마음처럼 되지 않아보이는 요즘, 집 정리 만큼은 마음처럼 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엄마 말을 따라 함께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엄마가 원하는대로 소파와 티비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요즘 허리와 무릎이 안좋은 것 같아 걱정되지만 여전히 우리엄마는 힘이 세다. 엄마는 위치를 바꾸고 나니 집도 훨씬 넓어보이고 깨끗해보인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원래 이렇게 가구 위치를 바꾸면 정리를 하게 된다면서, 오래도록 뿌옇게 앉아있던 먼지를 다 닦아냈다. 맞다. 한번씩 이렇게 변화를 주면서 정리를 해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엄마는 이 정리를 위해 굳이 가구를 옮기자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소파를 현관을 등지고 있으면 안좋다는 등의 풍수지리를 설명하며, 위치를 바꾼 것에 꽤나 만족을 했다.


며칠 전 내 방에 필요한 가구들을 새로 사려고 이케아에서 이것저것 찾아본 적이 있었다. 어떤게 괜찮을까 싶어 엄마한테 보여줬는데, 나랑 같이 한참을 고르더니 "요즘 젊은 애들, 독립하고 이렇게 자기 집 꾸미고 하면 재밌겠다"라는 말을 했었다.


오래도록 뿌옇게 앉아있던 먼지를 닦아내며, 아빠랑 이렇게 같이 집을 꾸며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아빠는 일하느라 바빠서 늘 집에 잘 없었다고 했다. 엄마는 집이 하나하나 정리되가는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마치 처음 독립하고 자기 집 꾸미는 젊은 애들 같았다. 내일은 베란다 정리를 싹 하자고 한다. 내일도 일찍 출근하기는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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