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아이

너는 왜 눈치를 보니?

by yunhana

대학교 때, 4년 위의 남자 선배가 나에게 한 말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너는 왜 눈치를 보니?"

내가 눈치를 본다는 것, 그게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인다는 것.

정말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그 말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그랬다. 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봤다.


남아선호사상을 가진 할머니, 위로 언니 둘, 아래로 여동생, 남동생, 어려운 집안형편에 맞벌이를 하시고, 9시에 집에 들어오셨던 엄마, 엄마는 7시에 출근을 하셔서 9시에 들어오셨기 때문에 엄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은 9시 이후였지만, 엄마는 집에 오셔도 아빠가 운영하시는 세탁소 빨래를 하셔야 했다. 엄마가 쭈그려 앉아 세탁소 빨랫감을 커다란 빨간 다라에 넣고 손빨래하던 뒷모습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엄마의 앞모습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짧은 시간 집에 계셨는데 그마저도 나 혼자 엄마를 독차지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5명이었으니까. 엄마품에 안길 수 있었던 시간은 엄마가 귀를 파 주었을 때다. 나는 그 잠깐동안 엄마 품에 안겨 말랑말랑하고 포근한 엄마품을 느꼈다. 오래오래 그렇게 있고 싶었다.


내 기억 속에 쭈그리고 앉아서 걸레를 빨고, 방 걸레질을 하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는 나이다. 언니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나는 그 발 밑으로 걸레질을 했다, 집안일을 내가 먼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할머니께서 칭찬을 해 주시곤 했다. 나는 할머니가 무서웠지만, 할머니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눈치 보는 아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들어간 사회 속에서 나는 늘 상처를 받았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나는 눈치를 보면서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그곳이 주공아파트 단지 내 신설 초등학교였다. 4학년까지 밖에 없었기 때문에, 2학년인 나와 4학년인 작은 언니는 그곳에 배정되었지만, 6학년인 큰언니는 다른 초등학교에 배정되었다. 그때 나도 다른 초등학교였었다면 '눈치 보지 않는 아이'로 자랐을까? 주공아파트 내 신설초등학교, 나는 거기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57명인가 73명인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많은 정원 중에서 나 혼자만 그 마을에서 살았다. 운이 좋으면 그 마을에 사는 아이가 한 명 더 있는 해도 있었다. 이름도 촌스러운 'ㅇㅇ마을과 ㅇㅇ마을'. 그래서 나는 가정조사 시간이 너무 괴롭고 싫었다. 아이들도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고 선생님도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여선생님이 나를 부르더니 커튼을 빨아오라고 하는가 하면, 하다 하다 자신의 옷까지 세탁해 오라고 했다. 우리 아빠는 그날 어떤 기분이셨을까? 아이가 선생님의 향수 냄새나는 옷을 가져와 세탁해 달라고 했을 때. 어떤 남자아이는 미술시간에 내 점퍼에 초록색 물감을 찍어 놓고는, 며칠이 지난 후에 여태 안 빨고 입고 다닌다며 떠벌리고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나는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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