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우디 Oct 05. 2023

진자처럼 흔들리지 않는 힘

최근 읽었던 책에서는 이것저것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면 '진자처럼 흔들리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표현이 나왔다. 이 말이 최근의 생각과 닿아있어 마음에 오래 남는다. 투자에서도 아주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부동산과 사업을 배울 수 있는 강의나 커뮤니티를 이용하다 보면 '진자처럼 흔들리며' 모든 정보를 다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예를 들면 2년 이상 1000만 원 정도 돈을 쓰며 해당 커뮤니티의 많은 강의를 들었지만, 아직 제대로 투자를 해본 적 없는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많다. 즉, 해당 커뮤니티 강사와 운영자가 부자가 되는 것에 일조했으나 본인에게는 아직 잡히는 무언가가 남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수강생들끼리 '인맥'이라는 이름으로 허황된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기도 한다. 하지만 돌머리 맞대봤자 돌가루 떨어질 뿐이다. 조급함과 불안함과 강박적 성실함이 삶에 스며들게 되고, 운영진은 이를 이용해서 또 다른 강의로 끌어들인다. 그런데 좀 못됐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거의 의도적으로 진짜로 돈 되는, 자신의 투자기법으로 삼을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그런 정보는 주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 배우기는 했지만 전 재산인 투자금을 가지고 실행할 자신감은 갖지 못하는 딱 그 정도만 알려준다. 아주 소수의 강사들, 1인 강사 체계의 몇몇만이 자신이 넘어온 다리를 수강생들도 넘어올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에 반해 진자처럼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노하우를 축적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승리한다. 처음에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방법 중에 가장 탁월한 방법은 아니었을지라도 자기 쪽으로 필요한 것들을 수렴시키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부족한 방법이었을지라도 결국에는 비슷하게 시작한 사람 중에 선두에 서게 된다. 일단 가다 보면 경험 속에서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하고 그 방법으로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덕분에 가장 탁월한 방법을 찾기 위해 수 많은 정보를 얻으러 돌아다니는 시간을 아끼고도 결국 거의 최선의 방법에 도달할 수 있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과 방법이 쌓이고 있다. 더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다른 진자를 만나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꽤 준비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것을 넘어서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 나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도 미루는 데에는 어떤 선택이 필요하다는 걸 배운다. 그리고 선택의 용기도 필요하다. 전체적 지형도가 파악되고 내가 선택한 방법에 대한 메타인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혹여 그 방법이 이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방법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와 같은 정보 차단과 집중이 나아감을 만들 수 있다.


<부의 인문학> 저자 우석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여러 철학자의 생각의 틀을 분절시켜 가져와 자신만의 투자방식에 활용할 때 온전히 그 철학자의 모든 사상을 이해하고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다. 인문학 지식 중 일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로 수렴시켜 그 사고의 틀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래서 내가 선택한 한가지 방식에 계속 시간과 정보를 수렴시키기 위한 의도적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확신의 말을 한다. 분명히 있는 길이다. 내가 뚫고 갈 여러 자원과 도구를 쥐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이 방법으로 어떤 내공과 통찰이 쌓일 때까지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다른데 기웃거리지 않고 소중한 시간을 남겨둔다. 


그렇게 아낀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면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고, 노래를 부르고, 애인과 놀고, 고양이와 논다. 매일 이어지는 생의 경이로움을 기꺼이 마주하려고 한다. 이 순간들 또한 나를 진자처럼 흔들리지 않게 한다. 이런 삶의 태도에 대해 요즘 읽고있는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에서 아주 귀한 통찰들을 얻어 꿰고 있다. 저자 나탈리 크납은 독일의 임상철학자인데 아주 대지적인 사람이다. 삶의 과도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봄의 메시지, 유아기, 사춘기, 애도의 시간, 삶을 위한 죽음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 모든 과도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읽힌다. 책에 인용된 다음의 문구가 그 메시지를 잘 드러낸다. 


"인생의 영광은 늘 모든 사람 주위에 충만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아주 깊숙이 보이지 않게 감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곳에 있다. 적대적이지 않으며 마지못해 있는 것도 아니고 무감각하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단어로 부르면, 올바른 이름으로 부르면, 그것은 온다. 그것은 마법과 같아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러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


모든 과도기는 위의 카프카가 말하는 인생의 영광을 적절한 단어로 부를 수 있게 삶이 조율되는 기회와도 같다. 책에서 읽어 좋았던 다른 문장이 있다. "삶의 의미는 다른 생명과 소중한 것을 나누는 데 있다고, 다른 생명과 뭔가를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우리 삶의 본질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말대로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삶의 본질이 느껴지는 생각이다. 삶이 혼란스러울 때 돌아올 문장이다.  


내일 할머니가 수술하신 다리를 어느정도 회복해서 퇴원하면서 요양병원으로 이동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 부모님과 함께 가기로 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할머니를 다시 뵐 수 있어 다행이다. 부디 덜 아프셨길, 덜 아프시기를.

작가의 이전글 돈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