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속 두 아이 (9/100)

반말의 시작

by 비비안

반말의 사전적 의미


대화하는 사람의 관계가 분명치 아니하거나 매우 친밀할 때 쓰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아니하는 말.





오랜만에 목적 없이 펜을 휘둘렀어.


이게 뭐지?

나도 몰라.


그저 종이에 보이는 걸 그렸을 뿐.


좌측 상단과 우측 하단에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른 것들이 대치하고 있어.

좌측엔 동글동글 부드러워 보이고 우측엔 삐쭉빼쭉 날카로워 보이지.


난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식으로 대치되는 현상을 자주 그렸던 것 같아.


학생때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걷는데 캔디 껍질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어.

누군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


그러다 내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지.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려!'

'발로 차버려~! 재밌겠다!'


캔디껍질에 가까워질수록 내면에서는 두 목소리가 열심히 떠들더라.

난 껍질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고 뒤를 돌아봤어.

아무도 없었어.


내 그림에 이런 대치구도가 많은 이유는 내 안에 두 개의 목소리가 가장 크기 때문이야.

하나는 되게 이기적이고 못됐지.

또 다른 애는 굉장히 착해. 잘 울고. 동정심이 많아.


처음엔 이기적이고 못된 애를 없애려고 했어.

필요성이 없어 보였거든. 착한 애만 데려가고 싶었어.


근데 20대 후반이 되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기적인 애는 얘대로 나를 지켜줄 수 있겠다.'


온전히 자기 위주이기 때문에 때로 착한 애가 지쳐있을 때 촌철살인적인 멘트로 정신을 차리게 하기도 하고,

누군가 나에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하거나 위협을 가하면 단 1초도 참지 않고 뛰쳐나와 따끔하게 한마디 하거든.


물론 이기적인 놈이 사람들에게 한마디 강하게 하고 나면 착한 애가 조금은 후회하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해.

그래도 둘이 참 잘 맞아. 각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지.



마치 내 그림 속 동글동글한 애랑 뾰족뾰족한 애처럼 말이야.




너는 이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니?


너도 나처럼 두 가지의 내면을 가지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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