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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Nov 29. 2021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

세상에는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어떻게 기차에서 만난 전혀 모르는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6주간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칼은 답했다.


"비결은 가슴을 공략하는 데 있다. 일단 상대의 가슴으로 들어가야 머리로 올라갈 수 있다. 가슴과 머리를 이으면 영혼으로 가는 길이 생겨난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람의 마음에 '남아야 한다.'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그 사람의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칼은 우리가 오랫동안 곱씹어 보아야 할 조언을 남겼다.


"뭔가 충격적이고 독특한 것을 주려고 애쓰지 마라. 그냥 따뜻하고 좋은 것을 주면 된다. '좋은 것'만이 언제나 영원히 남는다."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일단 상대의 가슴으로 들어가야 머리로 올라갈 수 있다'는 문장이 깊이 와닿았다. 나 역시도 관계에 있어 너무 능수능란한 사람보다는 다소 어리숙해도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그래서 나도 상대에게 머리로 다가가려 하지 않고 마음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되자고 늘 생각한다.


약국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약국은 기본적으로 몸이 아파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약을 줄 때 약에 대한 설명을 잘해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로는 얼굴을 바라보며 건네는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더 크게 와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약사와 환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대상포진 약을 처방받아온 사람에게는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요즘 무리하셨어요?"

수면제를 처방받아온 사람에게는

"요새 신경 쓰는 일이 있으세요? 잠을 못 주무셔서 힘드시겠어요."

항생제를 처방받아온 사람에게는

"염증이 있으셨나 봐요. 어디가 불편하셨어요?"


무표정한 얼굴로 환자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약만 내려다보며 기계적으로 복약 설명을 하는 것과, 얼굴을 바라보며 먼저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질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어있던 얼굴이 풀어지며 자기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위로받기도 한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상대의 가슴으로 들어간 후에 머리로 올라가면, 같은 말이라도 기계적으로 복약 설명만 할 때보다 분명 전달이 더 잘 된다.


자주 오는 단골손님들은 얼굴을 기억해두었다가 일상적인 안부를 물어보기도 한다. 인간적인 친분을 쌓아가는 것이다.


"저번에 속 안 좋으신 건 좀 어떠세요? 위장약 먹고 괜찮아지셨어요? 그래도 당분간 음식 조심하셔야 돼요."


"서울 병원에는 잘 다녀오셨어요?"


사소한 일이지만 기억하고 안부를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과 남다른 관계가 될 수 있다. 


약사라는 직업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대에게도 나의 마음이 전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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