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약사 Jul 12. 2022

호의에 감사할 줄 아는 세상을 꿈꾸며

"여기는 드링크 하나 안 줘요? 다른 데는 다 주던데~"


약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음료를 뜻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서비스' 차원에서 주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당연히 줘야 되는 것으로 바뀌어버린 현실이다.


"없어요. 있어도 안 줘요"(마음의 소리..)


이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있어도 안 주고 싶다.


반대로 똑같이 음료 하나 달라는 말도 이렇게 하면 주면서도 기분이 좋다.


"내가 목이 말라서 그런데 음료수 하나 줄 수 있어요?"


"여기서 주는 음료수가 그렇게 맛있더라. 내가 그거 먹으려고 여기까지 오잖아."


당연히 제공받아야 되는 권리가 아니라 호의로 여기고 부탁을 하면 나도 좋은 마음으로 주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비스 음료, 솔직히 나는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여태까지 내가 근무했던 약국들은 모두 서비스 음료를 제공했다. '다른 데는 다 주는데 여기만 안 준다'는 말을 듣기 싫은 약국장님들 마음도 이해는 된다.




처방전을 받아 약을 조제하러 와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참나 주차권 안주는 병원은 처음 봤네. 여기는 약국도 주차권 안 줘요?"


아무리 병원, 약국도 서비스업이라지만 주차권 제공은 의무가 아니다. 단지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편의, 호의에 속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당연한 걸 안 해준다는 식으로, 이렇게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회의감이 든다.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고도 불만을 들어야 되는 현실이 의아하다.


때로는 나는 그런 적이 없었나, 하고 되돌아보기도 한다. 예전에 엄마와 밀양 여행을 갔을 때 방문한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음료를 주문하니 주차 여부를 물어보고 공영 주차장 30분 주차권을 주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겨우 30분? 카페에 오면 한 시간은 기본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카페에서 반드시 주차권을 제공해야 될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30분이라도 주면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되는 게 맞았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곳이니 맛있게 커피를 마시고 잘 쉬다 왔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호의'의 사전적 의미는 좋게 생각하여 주는 마음이다. 즉 좋은 의도로 베푸는 것인데 문제는 호의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공되지 않으면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발생한다. 약국에서 서비스 음료나 주차권을 안 줄 때처럼...


시작은 좋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약국에 방문한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잠시 쉬면서 음료라도 마시기를 바라는 마음, 건물 내에 주차장이 없어서 외부에 주차하고 온 손님들에게 주차권이라도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베푼 작은 호의가 여기저기서 반복되자 어느새 권리로 여겨지고, 해주지 않으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쉽게 호의를 베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의무적으로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영화 <부당거래>의 명대사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호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첫째, 내가 부담 없이 지속할 수 있는 호의만 베풀 것.

조금이라도 무리가 되는 행위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다. 중간에 그만두면 '안 하니만 못하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열 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앞의 열 번은 당연한 것이 되고 그 한 번이 문제가 된다.


둘째, 작은 호의를 베풀어 주는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

주차권을 주는 카페 사장님에게, 마트 주차장에서 빈 카트를 수거해가는 직원에게, 대기하는 동안 마시라고 에이드를 주는 식당 사장님에게, 뛰어오는 나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이웃에게.

이런 호의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생활화하려고 노력한다.

 

모두가 작은 호의도 감사하게 여기고, 내가 베푼 호의가 또 다른 호의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세상은 그저 꿈같은 일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