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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날개 Dec 25. 2020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 산타를 믿는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계시나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보면 좋을 영화지만, 아직 크리스마스가 끝나지 않았으니, 늦지 않았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이번 주 주말까지 크리스마스 연휴로 보셔도 되지 않을까요?
크리스마스에 꼭 전달하고 싶은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제공되고 있지만 2020년 12월 30일까지만 방영됩니다.)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폴라 익스프레스, 2020년 12월 30일까지만 방영된다.



2004년에 제작된 영화인데, 저는 이번에 보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전에 한 번 보고, 너무 감동적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봐도, 또 재미있네요. 애니메이션을 많이 접했던 저로서는 이 애니메이션을 왜 여태 못 봤는지 모르겠네요. 유명한 톰 행크스 목소리가 출연된 작품인데도 말이죠. 영화는 어쩌면 시절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산타께서 지금 딱 제게 필요할 때 보내주신 선물일까요?


폴라 익스프레스 영화 포스터


영화는 어른이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 겪은 이야기를 전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소년은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습니다. 백화점에서 파업하는 산타의 실상이 담긴 자료를 보며 '이럴 줄 알았어!' 하는 꼰대 미소를 날립니다. 북극에는 생명체가 없다는 과학적 근거로 무장한 소년은 산타가 허구라고 여깁니다. 스스로 더 이상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여기며 말이죠. 산타를 믿는 동생에게 환상을 깨는 말도 아끼지 않으면서 말이죠.


잠자리를 살피러 온 소년의 부모에게 소년은 자는 척을 합니다. 예전 같으면 밤새 잠도 안 자며 산타를 기다리던 소년이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는 나이가 됐다며 부모는 서글퍼합니다. 그러면서, 마법이 풀려서 기차가 지나가도 모를 거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며 방을 나갑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소년은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깁니다. 기차가 지나기도 모른다니? 소년은 잠시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는데, 벌써 11시 55분! 크리스마스까지 5분 남았습니다. 시간 순삭인가요?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더니, 창문 밖으로 기차가 당도합니다. 아니, 기찻길도 없는 길에 기차가 웬 말인가?


소년은 홀린 듯 잠옷 바람으로 집 밖으로 나갑니다. 구식 모델 기차가 쉭쉭 증기를 뿜으며 소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 비친 증기 기관차의 불빛이 소년의 얼굴에 환하게 쏟아집니다.

 

그때,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승무원의 외침 속에 울려 퍼집니다.

"어서 승차하시오!"

이것은 일종의 샤먼의 주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년은 묻습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북극행 열차란다."

그러면서 일찍이 초대된 소년의 신상을 읊으며 덧붙입니다.

"내 생각에는 네가 열차를 타는 게 좋겠구나!"

하지만 소년은 뒤로 물러섭니다. 열차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승무원이 올라타자 서서히 다시 출발하는 기차! 소년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저 열차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뛰어서 올라탑니다.


이미 아이들이 타고 있는 열차 칸으로 소년도 들어갑니다. 소년처럼 모두 자다가 온 복장입니다.

늘 그렇듯이, 못돼 보이는 친구와 착해 보이는 친구들이 소년을 맞이합니다.

아이들은 이 기차가 '마법 기차'라며 지금 북극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뭔가 얼떨떨하지만 조용히 관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차가 동네를 지나며 상점 안에 있는 산타를 보여줍니다. 소년은 또다시 피식 웃습니다. 저런 바보 같은 걸 믿다니! 하는 표정! 소년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소년에게 승무원이 다가왔습니다. 표를 달라는 것입니다. 기차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표를 샀을 리 없었습니다. 주머니를 뒤져보는데, 구멍 난 주머니뿐입니다. 승무원이 또 다른 주머니를 살펴보라고 하자 정말 신기하게 표가 있습니다. 그것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북극행 특급 열차 왕복'라고 쓰인 티켓이 말입니다.

승무원은 티켓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표 검사를 합니다. 그런데 티켓에 알 수 없는 알파벳 글자가 쓰여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알파벳인데 무엇을 뜻하는지 모릅니다.


기차는 이제 마지막 친구를 싣기 위해 어느 허름한 오두막 앞에 섰습니다. 역시 잠옷 바람인 어린아이가 서 있습니다. 오두막 아이 역시 주인공 소년처럼 승무원의 초대를 거부하며 물러납니다. 기차는 질척거림 없이 쿨하게 속도를 내며 출발합니다. 역시 뒤늦게 달려오던 아이는 눈밭에 넘어집니다. 지켜보던 주인공 소년은 갑자기 오지랖이 발동합니다. 자신이 방금 겪은 상황이라 그 심정이 헤아려져일까요? 소년은 무모한 시도를 합니다. 비상 브레이크 레버를 당겨 기차를 세운 것입니다. 기차가 꼬꾸라질 듯 서고, 승무원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나타납니다. 상황을 설명하는 소년과 덕분에 기차에 오른 아이, 그 아이는 말이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이 탄 승객 칸으로 오지 않고, 기차의 후미 칸으로 가서 혼자 앉아있습니다. 기차는 탔지만, 왜 탔는지 모르는 상황 같습니다.


영화를 이렇듯 어린아이들을 싣고 북극에 있는 산타 나라로 향합니다. 여느 동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산타 나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디테일한 게 있었나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함께 기차에 탄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그림체가 사실 유럽의 전형적인 그림 동화체라서 그저 예쁘고 어린아이 같은 환상을 심어주는 정도의 애니메이션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림체에서 이런 유머들이 나오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재미들이 튀어나올 줄이야.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 간직한 산타에 대한 환상이 그대로 펼쳐지듯 것 같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해주는 영화입니다.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이렇듯 아이 같은 순수함을 전할 수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영화는 뮤지컬 같은 환상을 전하기도 합니다. 어린 승객들을 위해 마련된 간식 타임! 핫초코를 건네는 과정이 이렇듯 신나고 재미있을 수 있다니요? 그 와중에 우정들도 쌓입니다.


또한 티켓을 잃어버린 소녀가 승무원과 사라진 뒤, 소년이 쫒아가다가 만난 기차 위에 사는 부랑자 아저씨!

소년에게 커피를 건네고,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 마십니다. 어? 아이에게 커피를? 그런데 이내 소년은 쓰다며 뱉습니다. 아직 커피를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싶은 그 경계에 선 소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차는 신비로운 북극을 배경으로 좌충우돌, 모험과 함께 산타 마을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관차를 이끄는 조금 모자란 어른들과 용기를 내며 기관차 앞에 선 아이들이 모험 속에서 기차를 끌고 갑니다. 이것은 어쩌면 기차의 후미에서 터널을 지나 기관차 맨 앞에서 선 아이들이 자신의 기관차를 몰게 되면서 그 성장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상징인 듯하죠.


신비롭게 나타났다 사라지며 소년을 돕던 부랑자 아저씨가 그 와중에 명언을 투척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은 것이란다."


이 영화에서는 많은 상징들을 숨겨두었습니다. 버려진 장난감들로 가득 찬 칸에서는 승무원이 능청스레 말합니다. 산타의 제안으로 재활용에 쓰려고 모아둔 거라며, 솜씨 좋은 요정이 손을 볼 거랍니다. 이것은 어른이 되면서 버려진 동심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한때는 더 없는 친구였던 이들이 이제는 버려져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요. 산타는 그 버려진 존재들을 다시 다듬어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할 거랍니다. 어른이 되어 잊은 그 동심을 멋진 모습의 친구들로 다시 일깨우고 싶다는 뜻이 아닌가 싶더군요. 이때 부랑자 아저씨가 나타나 소년에게 의심쟁이라며 놀립니다. 소년은 기괴한 인형이 무서워 도망칩니다.


또 하나의 멋진 장면은 오두막 아이가 내내 말이 없다가 혼자서 기차 후미에 나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산타가 왜  자신에게 오시지 않는지, 처지를 비관하는 가사로 노래를 합니다. 그때 친절한 소녀가 다가가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라며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가사로 노래합니다. 그럼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이는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온다는 걸 믿기 어렵습니다. 여태껏 오두막 집에 한 번도 산타가 오지 않았기에 말이죠.


기차는 무사히 제 시간 안에 산타 마을에 도착합니다. 물론 시간은 여전히 12시 5분 전입니다. 산타마을은 요정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마을입니다. 전 세계 아이들에게 산타의 선물이 전달되기까지 이들의 숨은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착한 아이 나쁜 아이 선별과정부터 선물을 만들고 산타 썰매에 싣는 모든 과정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흔히들 아이들 영화에 나오는 대충 맛보기로만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첨단 과학의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마치 우리의 미스터리 존재들이 최첨단 과학 기술로 우리에게 흔적을 남겼다고 하듯! 산타마을도 오래전부터 우리를 지켜보며 오갔던 역사를 보여주듯 합니다.


어느새 우리는 산타의 존재를 의심 없는 눈으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고대하던 산타가 출현했을 때, 모두 경외감을 갖고 그를 바라봅니다. 실제 내가 어렸을 때 기다렸던 그 진짜 산타를 만나는 듯 저 또한 환희에 차서 산타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산타의 후광을 표현한 뽀샵 처리! 애니에서 이런 효과를 넣어도 되는 건가? 군데군데 유머 코드가 담긴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소년은 운 좋게 산타에게 첫 선물을 받은 영광을 얻게 됩니다. 산타와의 조우에서 소년은 신비감을 느낍니다. 산타의 선물을 주머니에 소중히 간직합니다.


드디어 12시 종이 울리고, 산타는 선물을 가득 싣고 아날로그적 이동 수단인 순록이 이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로 높이 치솟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생각했던 그대로 펼쳐졌다는 고백이 흘러나옵니다.

말 없는 아이가 말합니다.

"이게 다 꿈은 아니겠지?"

주인공 소년이 말합니다.

"그래, 꿈이 아니야!"


비관하던 아이의 환희가 담긴 물음에 산타를 믿지 않던 소년이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제 선물을 꾸려서 산타를 보냈으니, 할 일 다한 요정들이 신나게 춤을 춥니다. 1년 중 가방 바쁜 일을 마무리하고 열심히 노는 일만 남은 것입니다. 산타 마을에 축제가 한창입니다. 요정에도 나름 남녀가 있습니다. 서로 손 잡고 춤을 추는 동안, 이제 기차는 서서히 아이들을 다시 싣고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다시 돌아갈 표에 승무원은 다시 검사 표에 펀치로 구멍을 찍습니다. 그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구멍 낸 티켓에 이제는 알파벳이 완성된 단어로 찍혀있습니다.  


못된 역할을 했던 아이에게는 ‘지식’이라는 단어를, 말 없는 아이에게는 ‘의지’ ,‘의존’, ‘신뢰’라는 단어가 찍힙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여러 단어가 변하는 건 아이의 변화된 마음 단계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착한 역할 여자 아이에게는 리더십의 의미가 찍힙니다. 친구들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모험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면을 높이 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소년에게는 ‘믿음’이라는 단어가 찍힙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변화를 겪으며 기차에 오릅니다.


가치에 오른 아이들은 산타의 선물을 보여달라고 소년 앞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주머니에 넣어둔 선물이 사라졌습니다. 구멍 난 주머니 때문입니다. 소년은 이내 침울해졌습니다. 그런 소년의 마음을 알고 친구들은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기차는 이미 출발했습니다.


아이들은 잠이 들었습니다. 말 없는 아이가 제일 먼저 내려야 합니다.  못된 역할 아이가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넵니다. 참견하기 좋아하고 아는 척하기 좋아하지만 이것이 관심으로 바뀌면 꽤 친절하게 작동하는 것입니다.


기차가 서고, 승무원의 배웅을 받으며 말 없는 아이는 오두막 집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초라한 오두막에 산타 클로스가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크리스마를 맞이한 여느 아이들처럼 행복하게 소리를 지릅니다. 처음 기차에 오르던 그 말 없는 아이가 기쁨 가득한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이제 주인공 소년이 내릴 차례입니다. 잃어버린 산타의 선물을 위로하는 못된 역할  아이가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야."

지식 이상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위로를 건넨 것입니다.

소년을 내내 따뜻하게 바라보던 착한 친구는 소년을 깊이 안아서 달래줍니다.


기차에서 내린 소년은 승무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승무원은 쿨하게 고마워할 거 없다고 합니다. 그러며 덧붙인 말이 인상적입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기차가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네가 기차를 탔다는 거야."

승무원의 마지막 말이 소년의 마음은 물론 제 가슴에도 큰 울림이 됩니다.


집으로 들어서려고 문을 열었을 때 승무원은 소년에게 소리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문을 연 채 기차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소년, 승무원과 아이들은 물론 기차 위에는 자신을 도와줬던 존재도 함께 있습니다. 소년은 문을 연 채.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여전히 경계에 선 채, 기차가 떠나는 것을 봅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습니다. 동생이 산타의 선물이 도착했다며 낯선 선물 상자를 오빠에게 내밉니다. 산타의 선물입니다. 주머니에서 흘린 선물, 산타는 친절한 카드도 함께 동봉했습니다. 주머니를 꿰매라는 내용!


어른들에게 그저 평범한 선물처럼 보이는 산타의 선물! 아이들만 느낄 수 있는 그 소중한 의미가 어느덧 세월이 흘러 동생마저 의미 없다고 여기는 선물이 되었지만, 여전히 산타를 믿는 자신에게는 그 선물은 아직도 의미가 있다는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판타지 세계에서 그저 하룻밤 꿈속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증거물로 산타의 선물이 쓰였습니다. 저 너머의 세계는 그저 판타지 세계에서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할까요? 어딘가에 우리가 차마 방문하지 못한 다른 차원은 존재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어쩌면 꿈속 세상이 아닐까요? 어른이 된 우리가 한 번쯤 만나보면 좋을 동심 가득한 폴라 익스프레스를 같이 한 번 타보실래요?


오늘까지, 이 인사는 유효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넷플릭스 스토리 텔레 공모전 단추는 눌러봅니다만, 원래 크리스마스 선물 영화로 소개하고 싶었던 바가 큽니다.^^)


한국 포스터는 광고에 치우쳐서인지, 잘 와 닿지 않네요. 그래서 이 영화를 놓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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