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사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별을 해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시원한 헤어짐
제가 신입사원 때 아주 큰 교훈을 준 직장상사가 있었습니다.
입사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그분은 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외제차 한 대 값의 그 어마무시한 돈을 어떻게 빌려주었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부서 내 가장 연장자였고, 다른 사람도 다 그러는 줄 알았나 봅니다.
심지어 여윳돈도 아니고 대출을 해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태도가 다르다 했나요?
약속된 3개월은 어느덧 1년이 흐르고, 대출금의 이자는 나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그분께 조용히 돌려달라 얘기하면 오히려 왜 보채냐는 식으로 얘기하니 저 혼자만 불편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흐르고, 주변에 이 불편한 상황이 저뿐만이 아닌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추적 60분에 나오는 피해자 중 1명이 되겠다 싶어서 이젠 적극적으로 돌려달라 얘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하고, 직장 내에서도 대놓고 돈 갚으라고 얘기하고..
그렇게 몇 달을 적극적으로 보채서(?) 간신히 원금 수준의 돈을 회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저 같은 사람들의 사내고발로 그분은 결국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었는데 너무 잘됐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분을 통해 돈거래가 이렇게 무섭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안녕 더 이상 보지 말자!!
슬픔이란 이런 것인가
신입사원 때 제 사수였습니다.
나이차이도 많이 나서 정말 불편하고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르자 정말 편한 형 동생이 되었습니다.
정말 그 형 따라서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가족이 없었던 형네 집에서 잔 적도 참 많았네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같이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던 중, 그 형은 갑자기 쓰러졌고 보호자가 없었던 형을 따라 구급차를 타고 병원까지 갔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 암으로 수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암이 재발을 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수술 잘 끝내고 복직한 형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후 형은 술과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또 그렇게 몇 년이 흘렀습니다.
암이란 놈은 참 끈질깁니다. 다시 암이 재발하였고, 회사를 다니며 병원까지 힘들게 다니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며 참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결국 형은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영정사진만 보면 눈물이 나와 잘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발인하기 전 그 좋아하던 술도 몇 년간 못 마셨을 형한테 술 한잔 따라주고 마지막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지금까지 회사 다니며 했던 헤어짐 중, 아니 앞으로 직장 그만둘 때까지도 가장 슬픈 헤어짐이었습니다.
형, 13년간 정말 고마웠어. 이제는 편안하게 푹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