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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연호 May 09. 2024

아빠 승진했다.

근데 그렇게 기쁘지는 않아. 

드라마 미생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사장이 직접 오 차장의 승진을 지시하며,

'직장인이 월급하고 때에 걸맞은 승진이 아니면 뭘로 보상받겠나?'

라고 이야기 합니다.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자아실현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 일 것입니다. 


만약 직장인에게 월급이 없다면 자아실현은커녕 자아가 망가질 것이 분명합니다. 


미생의 사장이 얘기한 때에 걸맞은 승진 또한 남들에게 보이는 사회적 지위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월급이 오르기 때문에 승진도 필요한 것이겠지요.




직장에 입사 후 처음 대리로 승진했던 때가 기억나네요. 

'ㅇㅇ씨'로 불리다가 처음 'ㅇㅇ 대리님'으로 불리니 돈을 떠나 기분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에서 한턱 쏘라고 그러기도 하고 기분도 좋고 해서 부서 사람들에게 거하게 샀지요. 

한 30만원정도 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승진했으니 연봉은 얼마나 오를까 봤더니... 월급이 아닌 연봉이 50만원 올라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당시 팀장이 얻어먹은게 미안한지 자기돈을 좀 꺼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번째 승진은 남들보다 조금 빨랐습니다. 회사 내 큰 프로젝트도 마친 상태였고 당시 윗분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서 정말 운이 좋게 1년 빨리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빨리 승진한 만큼 주변 동기들의 시기와 질투가 이어졌고, 친했던 사람도 멀어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네가 얼마나 잘하면 나보다 빨리 승진하나' 지켜보며 제 단점만 찾아내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참 승진하는 것이 부질 없다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승진 기한이 다가왔을 때 팀장에게 얘기했습니다. 

'정말 저는 이번에 승진하기 싫습니다'

주변에 눈에 띄는 것이 싫었고, 또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승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생에 나왔던 말처럼 그냥 때에 걸맞게 된 것 같습니다. 


기쁘냐고요? 


월급이 오른다니 기쁩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니 마냥 기쁘지는 않습니다. 


제 계획은 이랬습니다. 

만년 과장으로 남으면서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며 제 맡은 일은 열심히 하는 딱 거기까지만 회사에서 하려고 했습니다. 


주변에서 기대하지 않으니 야근, 특근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 큰 어려운 일없이 회사생활을 하고 싶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 외 삶'이라고 느껴집니다. 


회사에 올인하여 밤낮없이 일만 하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내보내진 선배들을 많이 보다 보니 직장 명함이 아닌 내 이름 세 글자를 가지고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 싶더군요.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일을 소홀히 하며 넘어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회사일은 열심히 하고 대신 정말 그 외 시간에 의미 있게 준비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승진을 하면 할수록 위에서 기대하는 바는 그런 게 아니라 회사일에 올인하여 열심히 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승진이 썩 기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위에서는 저에게 가장 중요한 '내 시간'을 포기하길 바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정말 능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욕은 먹지 않으며, 내 시간도 뺏기지 않고, 월급도 오르는??


이게 직장생활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저게 가능하다면? 이번 승진은 정말 기쁩니다!!


아, 생각해보니 저는 왠지 가능할 것 같아 정말 기쁘네요!!^^


얘들아 아빠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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