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초이 Aug 11. 2020

올라, 구아빠

스페인에 오면 누구든지 이쁜이, 멋쟁이


‘올라(안녕)’


누구라도 스페인에 가면 ‘올라-’라는 인사를 받는다.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처음 본 사람과도 도스 베소스(볼 뽀뽀)를 한다. 처음엔 굉장히 민망했다. 낯선 이를 반겨주는 스페인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과 친근한 스킨쉽이. 누구라도 스페인에 오게 되면 ‘올라-’라는 첫 단추를 끼워보자. 상상치도 못한 놀라운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부모자식만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진심으로 사랑을 나눠주는 인사를 받을 수 있다. 


‘구아빠’ ‘구아뽀’


멋진 사람, 이쁜 사람.

스페인 사람들은 칭찬을 참 많이 한다.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넌 너무 예뻐, 넌 너무 잘생겼어, 너무 사랑스러워. 우리 말로 적어보면 낯간지러운 소리를 서스럼 없이 한다. 처음엔 굉장히 또 민망했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로써는 굉장히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곧 이 마법의 인사법에 매료될 것이다.


아주아주 기분이 울적한 날이 있었다. 향수병이 너무나 심하게 와서, 너무나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날, 입맛도 없고 집에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도 답답해 미칠지경이었다. 혼자인 것도 싫고, 그렇다고 같이 있는 것도 싫고 그냥 미친 듯이 답답하고 하루하루가 너무 외로웠던 날. 커피나 마시자, 하며 카페에 들어갔다. 


‘올라~부에노스 디아스(안녕 좋은아침이야!)’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카페 직원은 정성껏 나의 주문을 받아주었고, 주문을 받고 결제하고 커피를 주는 모든 때에 연신 미소가 가득했다. 커피를 받는데 왜그랬는지 갑자기 울컥했다. 커피를 받아들고 구석자리에 가서 눈물을 꽤 오랫동안 훔쳤었다. 그냥 처음 본 그 사람에게 너무나도 따뜻함이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물론 직원이 손님에게 베푸는 친절이었겠지만, 그 친절은 정말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 찰나의 순간에 흔들리던 내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 것은 그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 분의 얼굴과, 목소리와, 그 미소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건 아주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그 날, 나의 일기장의 기록


작가의 이전글 집시지만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