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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17. 2021

왜 우리 부모님이 돈. 돈. 돈 하셨는지 알 것 같다.

쌍둥이들을 임신했을 때 태아보험을 가입했더니 사은품으로 카시트를 주었다. 우리 집 차는 연식이 꽤 오래된 LPG 승용차이다. 부모님이 쓰시다가 결혼하면서 주신 소중한 우리 부부의 첫 자동차다. 그 자동차에 사은품으로 받은 카시트를 두 개 나란히 설치하니, 뒷좌석이 여유가 전혀 없다. 거기에 트렁크 안에는 LPG 가스통이 있어서 웬만한 유모차도 실을 수가 없다. 쌍둥이 유모차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거기에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연식이 10년이 넘으니 자동차가 하루가 다르게 돈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집에 들어간 빚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자동차를 절대 사지 않겠다고 계획했는데,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기에는 짐을 실을 공간도 마땅치 않고, 친정엄마가 차를 타야 하실 때 승용차는 탈 자리가 없었다. 결국 차를 바꿔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 임신을 했을 때는 자동차를 잘 모르기도 해서 아기들 낳고 자동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자고 미루고 미뤄왔다. 그리고 아기들을 낳고 나니, 이동하기에 어리기도 하고 코로나에 어디에 놀러 갈 엄두는 나지 않아서 자동차를 거의 쓰지 않았다. 겨우 가까운 동네 병원에 가는 정도였다. 


그렇게 1년 동안 차 구입을 미루다가, 아이들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고 슬슬 자동차를 알아보고 있다. 쌍둥이 카시트 두 개에 어른이 3명 정도 타려면 SUV를 사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차알못'인 나와 남편은 평생 본 적 없던 자동차 관련 유튜브들을 찾아보고 있다. 카니발 같이 큰 차는 내가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고, SUV 중에서 조금은 좌석이 여유로운 차들을 찾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새삼 우리의 경제 상황도 뒤돌아보게 된다. 




코로나가 계속돼서 그런지 아이가 있는 윗집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음이 들린다. 같이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이해가 되기 때문에 하소연은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이 조용히 낮잠을 잘 때는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우리 아기 1호도 걷기 시작하면서 뭘 자꾸 떨어뜨리고, 엉덩방아를 찧게 되면서 슬슬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이 신경 쓰인다. 우리 집은 아기가 자라면서 동시에 두 명이 똑같이 뛸 텐데, 그때마다 뛰지 말라고 하는 것도 참 힘들 것 같다. 살면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1층에서 산다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보고 있다. 최근에 우리 집 집값이 올랐지만, 다른 집값들은 더 올라서 이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망설여진다. 집 하나가 요즘은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비싼 집 가격 걱정 없이 살아가면서 가족 구성원에 따라 집을 좀 더 자유롭게 바꿔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년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나니, 큰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 아이들이 자라면 교육비등 많은 비용이 필요할 텐데 벌써부터 집이며, 자동차를 생각하니, 남편과 나는 어느새 "돈. 돈. 돈"을 외치고 있다. 


Photo by Micheile Henderson on Unsplash




어렸을 적에 엄마는 매일 밤 가계부를 쓰며, 우리에게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혼자서 "돈. 돈. 돈"하며 끙끙 고민을 하셨었다. '왜 우리 엄마는 맨날 돈. 돈. 돈을 생각하며 고민을 할까? 훨씬 더 재미난 일이 많은데.' 했던 생각이 난다. 미래에 대한 큰 계획보다는 순간순간 재밌는 일을 찾는 게 고민이던 철부지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엄마처럼 돈. 돈. 돈 안 하고 돈에서 자유롭게 살아야지.'라고 다짐을 했었다. "25살이 되면, 노트북과 자동차를 사야지."라고 그냥 말뿐인 계획을 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이에 그렇게 지르기 위해서 얼마나 필요한지도 모르고 계획만 세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다.


27살이 되었을 때 취업을 해서 겨우 노트북을 샀다. 그리고 25살 때 살 줄 알았던 자동차는 지금까지 사지 못하고 있다. 많이 아끼며 살았지만, 그저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나는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이제 시작한 쌍둥이들과의 인생 출발선에서 우리는 "돈. 돈. 돈"을 외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가 되어보니 우리 부모님이 고민하셨던 것들을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많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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