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하루를 뒤돌아 보는 시간
오늘. 날이 밝았다.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일어나 두리번거리며 엄마를 찾는다. 옆으로 돌아누우니 누워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환한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기어 온다. 나를 이렇게 반겨주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엄마를 이렇게 좋아해 줘서 고마워. 하고 아기를 꼭 안는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니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아, 행복해.
행복감도 잠시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전쟁 같은 하루가 시작되고 지나갔다. 요즘은 하루가 밥! 밥! 밥이다. 아이들 밥을 만들고 먹이고 어른들 밥 준비를 하고 먹고 나면 또 아이들 밥, 어른들 밥... 하루 종일 밥하고 먹이고 먹는다.
정신없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수시로 컨디션이 변한다. 쌍둥이들은 둘이서 잘 놀다가도 어느새 마음이 바뀌어 서서 집안일을 하는 나와 할머니 다리를 잡고 매달린다. 그러다가 안아주면 또 하고 싶은 게 생겨서 내려달라고 한다.
머릿속은 온통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아이들은 나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원한다. 몸을 빠릿빠릿 움직여도 돌아서면 잔뜩 늘어져있는 집안일과 아이들 사이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문득 창밖을 보니 어느새 노을이 진다. 벌써 저녁이 오는구나.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거지?
새삼스레 오늘 아이들의 사진을 거의 못 찍었다는 걸 알았다. 사실 요즘 며칠은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 너무 당연한 것 같아서일까?
아이들은 매일 쑥쑥 커가고 할 줄 아는 게 많아지는데. 과연 최선을 다해 엄마로 오늘을 충실하게 산건가? 바쁘게 보냈지만 바라던 오늘. 추억할 수 있는 오늘을 산 걸까?
밤잠에 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오늘 아침에 일어나며 느낀 행복감과 다시 잠에 드는 밤잠의 행복감이 유지되는 하루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했는데 저녁이 되니 집안일한다며
더 잘 놀아주지 못했던 거에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는데, 엄마는 과연 온 힘을 다해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걸까?
밤잠을 들기 전 오늘 하루 아이들과의 일상이 동영상처럼 지나간다. 오늘 아이와 같이 일어날 수 있었고 다시 잠든 오늘이 소중하다.
아무 일 없이 오늘을 지나간 우리 가족. 오늘도 함께해줘서 고마웠어. 귀한 오늘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