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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21. 2021

엄마의 3시간 자유시간

현관문이 닫히며 남편과 나는 무언가 들뜬 마음이 들었다. 

"우리 둘이 나가는 게 출산 후 2번째인가?"


출산 후 첫 번째 둘만의 데이트는 출산 4개월쯤 포장은 불가능한데 계속 생각났던 식당이 있어서 친정 엄마와 아빠 찬스를 쓰고 맛있게 밥을 먹으며 2시간의 자유시간을 보냈다. 천천히 오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커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우리를 대신해 고생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밥만 먹고 집에 돌아왔다. 그 2시간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데이트인 오늘은 다음 주에 있을 아이들의 돌 촬영과 가족사진을 위해 아이들의 옷과 우리들의 옷을 구해야 한다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친정엄마와 아빠에게 아이들 둘을 맡기고 집을 나섰다. 쇼핑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부라서 쇼핑을 하러 가는 길이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게 이렇게 기쁜 것인지 또 새삼 느꼈다. 


예전에 친구들과 가족모임을 하는데 그중 한 친구 부부는 그날 초등학생 아들은 1박 2일 캠프를 떠났고 둘만의 데이터를 하고 싶다며 친구들과의 모임을 짧게 마치고 먼저 자리를 일어났다. 거의 10년 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둘은 너무 들떠있었다. 아이들이 없는 나는 그들의 감정을 짐작은 했지만 크게 공감은 하지 못했다. 오늘 집을 나서며 그 친구의 마음이 어땠는지 200% 공감을 했다. 비록 오늘 자유시간이라지만 하고 싶은걸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둘이 제한 없이 어디를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그 자유로운 느낌이 너무 좋았다. 

"우리도 데이트 맘대로 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시간을 더 보내야 할까? 그때가 오겠지?" 

우리에게는 오늘 시간제한은 없지만, 친정 엄마와 아빠가 쌍둥이를 보며 고생하실 것을 생각하면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Photo by Fuu J on Unsplash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아울렛에 갔다. 코로나 이후에 처음으로 가는 쇼핑몰이었다. 오픈과 동시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입고 갈 봄옷과 돌 사진 촬영에 있을 옷과 액세서리를 골랐다. 가족사진 촬영 시에 입을 네 명의 옷을 조합하며 쇼핑을 하느라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처음에 집을 나설 때의 설렘은 어느새 사라지고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옷들을 사야 하기에 쇼핑몰 안을 돌고 또 돌았다. 


원하는 옷이 생각보다 없어서 이리저리 찾느라 쇼핑을 한 지 2시간이 넘자 우리는 체력이 바닥이 났다. 요즘 걸을 일이 없어서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많이 걷기도 했고, 허기지기도 했다. 

"아, 아기들 보는 게 더 쉬운 것 같아.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았겠어."

얼마나 피곤했는지, 이런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남편과 진정한 자유시간을 느끼기는커녕 힘이 들어서 전우애가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빨리 이 숙제들을 끝내고 집에 가서 밥 먹자." 


우리는 3시간 동안 쇼핑몰을 뱅글뱅글 돌고 나서야 적당한 옷으로 타협해서 구매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점심에 직접 싸 두신 엄마의 김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나간다고 좋은 게 아니었어. 아 힘들어.'


우리의 두 번째 데이트는 이렇게 기진맥진하게 끝이 났다. 그래도 심사숙고해서 사온 아이들의 옷을 집에서 입혀보니, 고생한 만큼 만족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우리 부부의 세 번째 데이트는 달콤하게 시작해서 달콤하게만 끝나기를. 근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려나? 그땐 코로나가 끝나서 그냥 카페 가서 커피 한잔 마음 편하게 마시고 싶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그 소박한 순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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