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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23. 2021

엄마가 방전된 날

오전에 볼일이 있어서 아침에 부랴부랴 아이들 아침밥을 먹인 후에 친정 엄마와 아빠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남편과 일을 부랴부랴 처리하고 왔다. 급히 오자마자 벌써 낮잠을 자고 일어나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친정에는 아기 식탁의자가 따로 없어서 급한 대로 아기 점보 의자에 앉혀보지만 아이들은 불편한지 자꾸만 빠져나오려고 했다. 아이들이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통제가 불가능했다. 


어른 네 명이 붙어서 두 명의 돌아다니고 밥을 먹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서 점심을 먹였다. 결국 아이들은 밥을 남겼지만 그래도 일정량은 겨우 먹었으니 안심은 되었다. 어른들은 점심을 준비하고 먹는 동안 아이들은 식탁 밑으로 와서 다리를 잡아당기고 식탁 밑에 서서 머리를 찧고 자기들을 안아달라고 하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도 먹고 싶다는 듯 칭얼거렸다. 나는 밥을 한술 뜨다 말고 아이들을 놀아주었지만 이미 아이들은 무언가에 꽂혀있었다. 관심을 돌리기 위해 떡뻥을 조금 주었다. 다른 식구들이 밥 먹는 사이에 두 아이에게 준 떡뻥을 아이들은 마치 굶었다는 듯 빠르게 해치웠다. 간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니 조금만 먹이고 놀아주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식탁으로 다시 향하였다. 식탁에 자석이라도 있는 거니? 누가 너희들을 식탁으로 당기는 거니? 정말 왜 그렇게 좁은 식탁 밑으로 들어가는 심리가 뭔지 정말 궁금하다.


아이들과 한참 놀아주고 다시 낮잠을 재웠다. 아이들이 저녁에 먹을 소고기 덮밥을 할 계획이었다. 미리 다진 후 냉동해둔 야채들과 소고기가 있어서 녹인 후에 볶기만 하면 되었다. 밥을 씻고 밥솥에 앉혔다. 재료들이 해동이 다 되고 볶으려고 하는 순간 아이들이 낮잠에서 깼다. '불과 30분 만에 일어나다니..' 각자 다른 방에서 잤는데도 어떻게 둘이 동시에 땅! 하고 일어났는지 신기했다. 아이들은 너무 짧게 자서 그런지 칭얼거렸다. 다시 재우려고 노력해봐도 아이들은 잠을 이겨냈다. 결국 다시 재우는 것을 포기하고 배가 고픈 건가? 싶어서 저녁밥을 준비했다. 조리를 하는 10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아무리 달래도 달래도 아이들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귀가 떨어져 나가는 아이 둘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완성시킨 저녁밥을 아이들에게 먹이면 진정이 되겠지? 하며 희망을 품었다.


Photo by Alexander Andrews on Unsplash



하지만 아이들은 둘 다 몸을 뒤로 젖히며 밥 먹기를 거부를 했다. 뭐가 문제일까? 전쟁 같은 저녁시간이 지났다. 칭얼대는 아이들을 이해하려 하고 이것저것 해줘도 말을 못 하는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칭얼거렸다. 한참을 안아서 달래고 기분을 좋게 하느라 허리가 아팠다. 칭얼대던 아이들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만족했는지 다시 순해졌다. 하지만 그 달콤한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다시 심술꾸러기 아이들이 돌아왔다. 밤잠 시간이 되어도 아기 2호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안아주면 내려달라고 하고, 내려주면 다시 안아주라고 했다. 오늘은 1시간이 넘게 밤잠에 들지 못해 오늘 하루 종일 칭얼거리는 아이의 연장전이 계속되었다. "엄마 진짜 방전되었다. 엄마 좀 봐주라."


'아이들은 울면 우리가 달래주는데, 나도 누가 달래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안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기 2호를 결국 아기 1호를 재우고 돌아온 남편에게 안겨줬다. 아기 2호를 재운 남편을 붙잡고 나도 달래주라고 투정을 부렸다. 오늘따라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는 다고 하소연을 했다. 남편이 등을 토닥여주며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그러자 하루 종일 힘들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육아는 힘들다가도 아이들의 웃음에 무너지기도 하고 남편의 토닥토닥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배터리가 1%에 머물다 방전되었던 오늘의 나를 다시 충전하기 위해 육퇴 후 잠에 들어야겠다. 내일은 또 우리 아이들과 새로운 활기찬 하루를 보내야지. 내일은 더 재밌게 아이들을 대해줘야지. 오늘의 엄마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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