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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24. 2021

자니?

우리 부부의 육퇴 후를 알리는 알림 메시지


자니.


옛 남자 친구에게 보내는 카톡이 아닌, 남편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쌍둥이들은 각각 다른 방에서 잔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재우러 각 방에 들어가고 아이들을 재운 후 육퇴 후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남편은 아이를 재우면서 같이 잠드는 때도 많고, 때론 아이와 같이 누워있다가 먼저 잠드는 경우도 많다. 육퇴 후에 남편이 잠들어서인지 방에서 나오지 않을 때는 궁금해서 남편에게 카톡을 보낸다. "자니?"


방문을 열면 아이가 깰 것 같아 처음에 쓴 메시지인데, 이렇게 보내보니 예전에 연애를 할 때 남자 친구가 자는지 뭘 하는지 궁금해서 카톡 메시지를 보냈던 느낌이 든다. 그때는 남자 친구는 밤에 자고 있을까? 책을 읽고 있을까? 컴퓨터를 하고 있을까? 데이트 후 헤어져 각자의 집에 돌아가면 또 보고 싶은 마음에 궁금했다. 그때 보냈던 메시지 "자니?"가 생각난다.

그때의 남자 친구가 지금의 남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때의 설렘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랜 연애를 하고, 결혼 후 아이 둘을 낳았지만 여전히 결혼 전의 마음으로 살고 싶은 쌍둥이 엄마다.


오늘도 아이를 재우고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며 카톡을 보냈다. 그 카톡을 읽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남편이 방에서 나왔다. 육퇴 후 딱히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따로 또 같이 식탁에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가끔 맥주한잔 하며 사소한 이야기 꽃도 피고 각자 하루 종일 찍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별거 아닌 일상에서의 소소한 저녁을 시작하는 메시지 "자니? (나랑 같이 놀자~)" 마법의 메시지를 나는 참 좋아한다.




Photo by Kate Hliznitsov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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