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취미에 관하여 - 식물을 사랑하는 센님
오늘의 주인공 센님 소개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식물을 애정하는 반포동 아마추어개(프로개를 아시나요?) 센님의 인터뷰입니다!
저는 식물을 좋아하지만 본의 아니게 식물 살초범으로 마무리가 되는데요.. 센님은 드루이드처럼 잘 키우시고 계세요. 인스타를 보면서 식물을 애정하는 게 묻어 나와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을 키워보시는 분들은 응애에 골치를 겪어보셨을 텐데요. 신박한 응애퇴치법이 있으니 꼭 읽어봐 주세요!
디자이너이자 대학원생입니다. 반포동 드루이드(Lv. 1)도 역임 중입니다.
안녕하세요! IT 기업에 재직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초보 식집사 센입니다.
요즘은 대학원도 다니고 있어요!
계기는 이사였어요. 이사하면서 ‘이번엔 집을 잘 꾸미고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가구를 하나씩 사다 보니, 그 중간중간에 예쁘게 채워 넣을 오브제가 필요했어요. 기능적인 게 아닌, 그냥 미감만을 위한 소품을 찾고 있었는데, 적당히 귀여운 몬스테라 화분을 발견했어요. '이거다!' 싶어서 바로 구매했어요.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면서 그냥 놔뒀는데, 점점 커지더라고요. 새 잎도 나오고... 사실 좀 웃긴 이야기인데, 저는 그냥 플랜테리어용으로 샀기 때문에 이렇게 잘 자랄 줄은 몰랐거든요. 근데 잎이 계속 나오고, 자기 멋대로 자라다 보니 수형이 변하다 보니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줄기를 잘라서 번식시키거나, 분갈이를 하거나, 지지대로 수형을 잡아주는 방법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화분이 늘어나고,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몬스테라 몇 개와 여러 종류의 알로카시아, 필로덴드론을 키우고 있어요. 대부분 꽃이 없는 관엽식물들이죠. 그 외에도 아비스 고사리, 홍콩야자, 극락조, 고무나무 같은 식물들도 있고요. 아, 그리고 최근에는 코덱스식물에 관심이 생겨서 몇 종 들여왔는데, 생김새가 정말 독특하더라고요. 코덱스식물은 괴근식물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마다가스카르 같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에요.
* 괴근식물: 몸통, 줄기, 뿌리가 한 덩어리로 팽창된 다육식물
아직은 흥미가 없어요. 처음 키운 게 관엽식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엄마가 제라늄을 많이 키우셨는데, 나중에 환경이 갖춰지면 저도 꽃이 피는 식물을 기를지도 모르겠어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변화를 보는 게 재미있어요. 자라나는 게 눈에 보일 만큼 직관적으로 보이는 게 매력적이에요. 환경적 조건이 맞다면 끊임없이 새 잎을 내고, 그에 따라 모양이 계속 변하거든요.
그리고 잎의 형태가 다양하게 예쁜 것도 이유인 것 같아요. 식물이 늘어나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 여러 화분을 놓았을 때 쉐입이 다양한 게 더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또 하나의 이유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환경만 잘 맞춰주고 물만 제때 주면 특별한 문제없이 잘 자란답니다.
처음 구매해서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는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예요. 제게는 처음 산 식물이라 가장 오래됐죠. 정말 작았는데, 갈수록 큰 잎을 내면서 잘 자라고 있어요. 키우면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처음 샀을 때 잎의 두 배가 넘는 크기의 잎을 내주는 걸 보면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종으로 불러요. 같은 종이 여러 개면 A, B, C...
식물도 그렇고 물건에도 그렇고 이름은 잘 붙이지 않는 편이에요!
알로카시아의 한 종류예요. 잎의 질감이 독특하죠? 이렇게 형태가 특이한 식물을 더 들이고 싶지만, 화분 개수가 50개를 넘어가고 나서는 새로 들이기 전에 세 번쯤 고민하게 돼요. 이제는 물을 제때 주는 것도 꽤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노션에 물 주기 달력을 기록하며 관리 중인데, 덕분에 부지런해졌어요!
저도 요즘 병충해 때문에 울고 있답니다.. ‘응애’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거미 종류인데, 방제를 위해 노력 중이에요. 농약을 사러 가는 건 번거롭고 내키지 않던 차에 재미있는 방법을 발견했는데요, 바로 사막이리응애라는 천적을 사용하는 거예요. 이 방법은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마치 생태계를 축소해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롭더라고요. 잎응애들은 식물의 엽록소를 파괴하지만, 사막이리응애는 육식성이라 잎응애만 먹고, 먹이가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해요. 신기하지 않나요? 3주 정도 더 지켜본 후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센님의 응애퇴치 기록:
https://brunch.co.kr/@sennim/2
키우기 쉬운 식물은 역시 몬스테라겠죠? 몬스테라 중에서 보르시지아나, 델리시오사 같은 품종이 무난한 것 같아요! 통풍이 잘되고 적절한 온도에 70% 전후의 습도, 좋은 채광이면 좋겠지만, 통풍이 안되고 건조한 방에서도 물만 제 때 주면 잘 자라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티백을 걸어둔 상태로 3-4주 정도 지난 것 같네요!
몇 주간 관찰해 보니, 일단 점박이응애(해충)와 사막이리응애(천적)를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사막이리응애가 점박이응애를 포식하는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뭔가 기어 다니긴 하는데 얘가 원래 있던 애인지 새로 들여온 애인지 구분이 안 가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다행히 지금 확인해 보니 응애 자체가 안 보이긴 하는데, 방제가 마무리된 걸까요? 며칠 더 지켜보려고 해요.
병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습도와 온도는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해서 신경은 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여름에 에어컨을 세 번 틀 것을 두 번 정도로 줄이는 정도랄까요?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는 편이에요. 다른 측면의 병은, 앞뒤 생각 안 하고 새로운 식물을 사고 싶어지는 ‘병’이 있어요. 세상에는 특이한 모양과 무늬를 가진 식물이 정말 무궁무진하더라고요. 물론 가격도 천정부지이지만요 ㅎㅎ 이 부분은 요즘 들어 좀 ‘치료’된 상태예요.
저는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오늘의 집에서 많이 샀는데, 흔하고 저렴한 모종은 오늘의 집에 입점한 샵에서 구매할 수 있었고, 좀 더 희귀한 식물은 심폴이라는 사이트에서 주로 구매해요. 그곳도 농장과 화원들이 입점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삼각지 근처에 있는 고어플랜트도 추천드려요! 다양한 아프리카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https://www.goreplantseoul.com/
저도 아직 초보라 대부분의 정보는 유튜브에서 취했어요. 식물 관련 유튜브 채널이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저는 주로 식물 선반이나 가구는 이케아에서, 화분과 흙 같은 용품은 '오늘의 집'에서 구입해요. 오늘의 집이 은근 가드닝 플랫폼이에요. 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다이소에 가도 기본적인 식물 용품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화분은 요즘 슬릿분을 많이 사용해요.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서 분갈이할 때도 편리하고, 여러 개를 두었을 때 미감도 괜찮아요. 1년 정도 다양한 화분을 써보고 분갈이도 해보니, 토분처럼 무거운 화분은 다루기가 여러모로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잘 살기'가 제 목표이자 꿈인 것 같아요.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면 불안정해 보이나요? 잘 산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태도를 몇 년 후에도, 몇십 년 후에도 관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하루하루 적금을 붓듯이 그날의 최선을 다해야겠죠. 10년 후, 30년 후에도 지금처럼 할 일 하면서 책 읽고, 식물에 물 주며 살아간다면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