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일은 옛날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시구가 있듯, 실은 생각이라는 것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오는 게 아닌지 모른다. 그렇게 찾아온 생각 중 하나는, 내가 배경으로 찍힌 사진들을 한번 모아보고 싶다는 것. 나는 누군가의 사진에서 어색한 배경으로 빛 바래져 가리라.
가방을 메고 지나가는 나의 모습, 혹은 카메라를 들고 머뭇거리는 나의 모습, 등을 보이고 앉아서 무언가를 응시하는 나의 모습, 배경 속의 나는 좀 비켜줬으면 하는 오점 같은 존재이지는 않았을까.
독일 뮌스터 대성당은, 내가 뮌스터에 머무는 며칠 동안 매일, 하루에도 몇 시간씩 머물다 온 곳이다. 대성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그 아담한 깊이의 성당을 사진으로 잘 간직하고 싶어 성당의 ‘온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애썼다. 여러 번 다가서기도, 멀어지기도 하였으며 주변을 빗겨 돌면서 프레임에 성당의 ‘온전한’ 모습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나는 번번이 성당‘만’을 ‘온전하게’ 프레임에 담는 일에 실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당 앞에는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서 있었고 성당 앞 어디에서 구도를 잡아도 그 나무들이 프레임 안에 들어서는 것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
어느 순간 나는 무언가에 의해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성당은, 그 성당만의 모습이 아닌, 그 앞의 나무들과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인하여 ‘온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클래식 실황 녹음을 듣다 보면 청중들의 기침 소리를 흔히 듣게 된다. 처음에는 근사한 연주 사이사이에 울려퍼지는 그 기침 소리가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또 어느 순간 그 기침 소리도 연주의 배경이 되어 연주를 더욱 살아 숨쉬도록 만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허밍 듣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배경으로, 누군가를 온전하게 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