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봤던 만화나 동화책, 소설책에는 마법 소녀, 연예인 지망생 소녀, 멋진 남자 주인공과 연애를 하는 소녀들이 많이 나왔다. 나의 친구 A는 도둑질로 정의를 구현하는 천사 소녀를 꿈꿨고 친구 B는 연예인으로 변신하는 달빛 천사를 꿈꿨다. 나는 멋진 남자 주인공과의 연애를 하는 소녀에 이입하는 어린이였다. 친구들은 어떤 어른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어른으로 자라났다. 예쁘게 보이거나 날씬하게 보이거나 가련한 ‘소녀미’를 위해 노력하는 그런 어른 말이다. 이 자기 고백이 갑작스레 쑥스러워지는 건, 별빛 전사 소은하를 읽은 덕분이다.
나와 달리 소은하는 그런 것에 일절 관심이 없다. 별명이 외계인인 은하는 조금 별나고 조금은 눈치 없는 어린이이다. 반 아이들이 은하의 게임 친구인 기범이와 은하를 엮는 분위기를 형성해도 은하는 ‘사랑보다는 게임’을 외치며 우주 게임에서의 자신이 강해지는 것에 몰두한다. 그런 은하는 자신에게 실제 외계 전사의 피가 흐른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탄생의 비밀을 기꺼이 받아들인 은하는 게임 속 친구들, 선의를 가진 외계인들과의 협동 작전을 통해 적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낸다. 소중한 친구,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는 부모님, 선의를 가진 주변인들, 그리고 은하의 용감한 내면의 힘이 은하 앞에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게끔 만든다. 은하를 놀리기 위한 별명인 외계인은 이제 부끄러운 멸칭이 아니라 은하의 새로운 자부심이 된다. 멋지지 않은가, 지구인이자 외계인 소은하! 소녀도 천사도 아닌, 우주 평화를 위해 싸우는 별빛 전사 소은하! 강한 마음을 가지게 된 은하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까? 은하가 마주할 찬란한 미래를 응원하겠다.
마지막은 ‘어린이들이 부디 소은하와 마음의 친구가 되어 자신의 내면의 힘을 깨닫길’이라고 쓸까 했지만 역시 그만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소은하와 만난다면 자신도 몰랐던 용기가 솟아나는 멋진 경험을 절로 하게 될 테니까요. 어른이 되었지만 내면의 힘이 빈약한 내게도 친구가 되어준 소은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