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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Jul 01. 2024

늘봄교실에 들어올 아이들은 있는데 맡을 사람은 없네

요즘 초등에 핫한 늘봄교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속내를 그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 어쨌거나 요즘 이 업무를 하면서 느낀 소회를 조금 정리해 본다.


취지는 좋다.

국가에서 무료로 아이들에게 2시간 가량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거 아닌가? 필요한 사람은 하면 되는 거고, 필요하지 않으면 안하면 되는 거고. 저학년에 과도한 학습을 시키기 보다 예체능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려고 노력하는 시도도 바람직하다. 안전한 학교에서 한 두 시간 더 공부하다 가는건 나쁘지 않지. 물론 공간과 사람에 대한 고민때문에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겠다만.


가르칠 사람이 없다

도시에서는 사람이 많으니 강사할 사람이 충분하다. 그런데 사람이 적은 외곽지역에서는 프로그램 운영할 사람이 충분할까? 단순하게 선생님들이 오후에 시간이 있으실테니 (누구 생각인지 모르겠다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지도. 그런데 교사는 학급이 먼저가 아니던가? 근무 조건이나 환경이 달라지는 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래서 교원단체와 기싸움을 했던 것 같고, 어찌 어찌하여 교사들은 희망자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계획이 내려왔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고, 위탁할 수도 있고. 뭐 어찌어찌하여 대충 마무리되는 분위기. 보니까 대통령도 재능기부 하더라. 그런데 일회성 재능기부로 계속 프로그램이 돌아갈 수는 없겠지.


운영업무는 누가하나?

교사에겐 안 시킨다고 하더니만, 교사노조에서 공문을 보낸다. 시키지 말라고. 오늘은 일반직 노조에서 공문을 보냈더라. 시키지 말라고. 교사도 아니고, 일반직도 아닌 그 누군가가 해야 한다. 조만간 공무직에서도 오려나? 다행히 늘봄실무사라는 공무직을 새로 뽑았다. 그리고 조만간 늘봄실장이 들어온다는게 이 분들이 실장인지 연구사인지가 애매하다. 실장이라면 일반직이고, 연구사라면 교사인데.. 당장 내년 3월 배치라고 하는데 여전히 간을 보는 듯. 실무사도 일을 하고, 실장 또는 연구사도 일을 하고. 지금 돌봄은 실무사가 수업도 하면서 업무까지 본다. 그들과 비교하면 늘봄실무사의 업무량이 많은지 잘 모르겠다. 거기에 또 한 명의 실장 또는 연구사가 온다면.. 좀 과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아무도 안한다고 하니 새로운 직책을 개설해서 만드는 거지. 이번에 새로오신 늘봄실무사는 업무시스템에 대해 전혀 모르시더라. 가르칠 일이 태산.


공간이 없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꽤 크고, 아이들도 많은 학교에 있는 나로써는 가장 난감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신입생이 줄어서 학교마다 교실이 남는다고 하지만 우리 학교는 예외. 이런 학교에는 좀 예외적인 사례로 남겨주지. 왜 그렇게 '모든 초등학교에서' 라는 말에 방점을 자꾸 찍으시려는지. 그러다보니 학기 초에 얼마나 많은 민원을 받았는지 모른다. 운동장에 컨테이너 건물을 가지고 돌봄이나 늘봄을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내 아이의 일이니 감정적으로 조금 격해지는 걸 이해는 한다만 안되는 걸 어쩌나. ㅠㅠ


개별화 맞춤형.. 학교도 필요하다.

취지도 좋은데, 인프라가 제대로 안 갖춰졌다면 맞춤형으로 정책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우격다짐처럼 밀려들어 오는데, 그에 따른 혼란은 어쩔 수 없는 거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는 건지. 각종 단체에서 다들 자기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결국 힘없는 교감들이 업무를 맡아서 추진하고 있는 이 상황이 조금은 야속하기만 하다. 뭐, 그래도 어쩌겠나. 공무원이니 하라면 최선을 다해서 해야지. 다만, 아이들도 개별화 맞춤형 교육을 하라고 하는데 왜 학교는 모두 획일적인 정책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든다. 각각의 학교의 사정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배려를 하는 건 결국 학교를 총괄하는 교육청, 교육부가 아닐까?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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