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원 이야기 (1)
"기껏 응원하러 갔는데 왜 우리 애는 벤치에만 있는거지요?"
스포츠 클럽 대항 경기가 열렸을 때 어느 학교에서 받은 민원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비슷한 민원이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잘 이해시켰다. 그 학교는 조금 더 강했을 뿐이니 언제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겠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단체 경기(대충 축구라고 하자)를 나갔는데, 하필이면 내 아이가 벤치에만 있었나 보다. 그래서 속이 상해서 학교로 전화했을 거다. 보통 스포츠 클럽은 교사가 담당을 하던지, 아니면 스포츠 강사가 하니깐. 기껏 월차내고 응원을 갔는데, 자기 애는 벤치에 있고, 경기는 비등비등하게 가다가 지고 말았고. 아이도 시무룩 하고, 그런 아이 얼굴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내내 벤치에만 있었을 생각을 하니 화는 나고. 그래서 전화를 했겠지.
그냥 토닥토닥 정도로 이해해 준다면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이게 민원거리도 안되는게, 단체경기다 보니 모든 아이가 다 출전될 수는 없지 않는가? 그건 감독의 권한(?)인거고 그걸 내가 뭐라 할 수 없지. 그냥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고 공감까지는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라도 부모님이 오셨다는 걸 알았다면 아이를 잠깐이라도 내보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승부에 꼭 목숨걸어야 하는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생각하면 당시의 상황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만. 일방적으로 보호자 편을 들기도, 학교 선생님 편을 들기도 참 애매한 상황이 펼쳐진다.
선을 넘지는 않았으면
보통 이런 민원들이 크게 되는 경우는 결국 선을 넘는 행위가 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상대를 몰아붙이게 되면 결국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된다. 분명 시작은 누군가가 했는데, 나중에는 말꼬리에 말꼬리를 물다가 서로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형국.
학교가 이렇게 했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선생님들이 이건 조정을 했어야지요. 도대체 당신은 왜 그 자리에 있는거에요? 앞으로의 대책을 들어보고 판단하지요.
이런 투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좋은 말이 갈 리가 없지.
학교가 어쩌란 말인가요? 단체 경기에서 벤치에 못 나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야기는 하겠지만 그게 주의를 주거나 지도를 하는 차원이 될 순 없지요. 문제가 많다고 생각되시면 스포츠 클럽을 선택안하셔도 됩니다.
앗. 마지막 이야기는 해서는 안되더라. 불에 기름을 붓던데? 앞의 말은 없어지고, 하지 말라고 했다고 난리가 난다. 뭐 다른 민원이었지만.. 아무튼 흥분이 될 때에는 그냥 아무 말 안하는 게 상책.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릴 뿐. 이런 이야기는 교사 귀까지 안 들어가는 게 좋다. 지금은 좋아서 하고는 있지만, 그 분이 그 클럽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유지할 수 없으니. 좋게 좋게 이야기해서 좋은 방향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민원을 내는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이야기하면서 나는 왜 이리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이래서 공무원이 힘든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