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VS 없다?
바뀐 건 분위기
바뀌지 않은 건 현실
선생님들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그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었고, 그 이후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요구들은 과거에 누적되었던 불만이었기에 그게 다 터져나온 후 교육계는 정신을 못차렸던 것 같다. 수습을 한다고 했던 많은 정책들은 봉합이라기 보다는 땜질식이 가까웠기에 나올 때마다 교사, 일반직, 공무직 그리고 관리자들까지 각자의 의견들로 아우성. 예전에 교사의 힘은 좀 인원에 비해 조직력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래도 이 이후에 탄탄한 조직세가 생겼다는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누군가는 싫어하겠지만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많이 힘든 일이긴 하지만.
정말 작년 2학기때에는 학교가 난리도 아니었다. 병가 내시는 분, 휴직 하시는 분. 소진되지 말아야 하는 그 분위기에서 아픈 데 굳이 나올 이유를 못찾았고, 그것은 당연한 개인의 권리이기에 아무 말없이 결재해 드렸다. 물론 그걸 못 받아드리는 학부모의 불만도 있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과한 민원은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학부모도 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좀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몇몇 분들은 여전히 수요자로서의 학부모의 권리를 주장하시던데 학교라는 곳이 그냥 수요자 공급자로 단순하게 규정지을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들이 무슨 공산품도 아니고.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는 많이 안정되어 있다. 물론 휴직하시는 분도 여전히 나오지만 작년처럼 잦은 병가를 결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1학기니까 그럴 수 있지. 2학기로 가면 아이들이 또 익숙함을 넘어 발칙함으로 넘어가곤 한다. 위태위태 붙잡은 멘탈이 나가버리는 순간이기도 하고. 말이 씨가된다고 하니 아무 말 없이 가야지. 좋게 좋게.
작년보다는 학폭도 수그러드는 것 같고, 민원도 많이 줄었던 것 같다. 확실히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고 믿/는/다. 교사들이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도 안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분위기에 맞춰 현실적인 정책이나 책임들을 좀 합리적으로 규정해줬으면 좋으련만 아직 그런 부분이 매듭지지 못한 건 아쉽다.
아직도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폐기되었고, 다시 발의되어 지고, 의견 수합하고 있고 있다. 이러다보니 진행되는 교육활동 속에서 어느 학교는 현장학습을 가고, 안 가고. 생활지도를 하고, 안 하고 이런 문제들로 지난한 갈등들이 벌어진다. 교외로 나가는 현장학습의 무한한 안전 책임을 교사나 학교가 강요받는 다면 과연 그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을까? 굳이? 나가서? 이런 부분에 대한 대안들이 나오지 않으니 결국 학교에서는 포기하고, 학부모 학생은 계속 요구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예전에는 교육청에서 '권장한다'는 말만 해도 각 학교에서 알아서 실시했는데. 그런 걸 보면 세상이 합리적으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과도기인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은 마음은 교사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니다. 학부모, 지역주민, 그리고 온 국민들이 다들 한 마음으로 응원해야 될 일이다. 니 일이다 미뤄두고 책임을 하나에게만 묻는 요즘, 결국 이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바람직한 성장이라는 논의는 빠지지 않았을까? 자꾸만 책임을 강조하게 되면 결국 회피하고 마는 게 인간의 본성일진대. 교사에게 무조건 적인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라, 적절한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거다. 최선을 다했다고 증명할 테니 이에 대해 감안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부모가 하는 훈육은 괜찮고, 교사가 하는 훈육은 안되는 건가? 정서적인 학대라는 범위가 단순히 기분상해죄로 악용된다면 그걸 끊어주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의 논의가 지지부진함을 보면.. 학교는 결국 바뀐게 없는 것도 같다.
뒷짐 진 교감이나 때리는 아이나. 그걸 용인하고 있는 부모는 싹 빠져있는 이 서글픈 현실.
아이들이 잘 되길 바란다면 결국 학교 외에 다른 곳도 바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