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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Nov 28. 2024

부모가 아이 대신 선택해 주는 게 사랑일까?

그림 도둑 준모 - 3학년 권장도서

요즘 동화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책에 답이 있었다는 거다. 물론 아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본인도 본인의 마음을 잘 알리가 없고, 잘 표현하기는 더욱 더 어렵고. 그런데 동화 작가들은 어떻게 저런 심리묘사들을 하는지 감탄을 하게 된다.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뻔하지 않았던 이야기. 그게 바로 동화가 아닐지.


그림 도둑 준모라는 이야기는 제목에서부터 쉽게 예상이 된다.


아이가 그림을 훔쳤겠구나. 괴도 키드도 아닌데 설마 박물관에서 훔쳤겠어? 뭐, 자기 반에서 훔쳤겠지. 그런데 왜 그림을 훔치지? 잘 그려서? 그거 가지고 뭐할려고? 1등 하는 아이의 그림을 빼앗고 만년 2등인 아이가 1등이 되는 그런 이야기일까? 제목만 보면 딱 그런 느낌인데 말이지.


예상을 쉽게 했다는 거지, 그 예상이 맞았다는 말은 안 했다.


준모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서 왜 내 어릴 때의 모습이 나오는지. 상장에 대한 욕망은 여느 아이들만큼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꽤 많이 받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달리기를 더 잘 하는 아이가 부러웠고,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참 부러웠다. 내가 가진 재능은 뭐 남들보다 좀 못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다른 아이들이 들으면 큰 일날 소리였겠지만. 아무튼.


준모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상장은 받고 싶은데, 그리고 그걸 엄마가 절실히(?) 원하는 데, 나는 소질도 없는 것 같고. 찾았나 싶었지만 내가 좋아서 한다기 보다 틀에 박힌 포스터나 그려야 하는 거고. 오히려 나무를 잘 타는 게 소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만.


실은 준모는 그림을 도둑질 하지 않았다. 상황상 아주 우연히 그런 일로 전개가 되서 그렇지, 준모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심지어 그림 뒷면에 이름을 써 달라고 하지 않았다. 얼떨껼에 그 상황에 휩쓸려서 사건이 전개된 거고, 그걸 바로 잡을 용기가 없었던 거지.


아마도 준모는 억울했을 거다. 내가 의도치 않은 일이 크게 전개가 되고, 결국 내가 비난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니. 그걸 감당할 나이도 아니었기에 준모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생각지도 않은 나무 오르기 사건으로 전개되고 (그 이전에 복선을 깔았다는 것도 참 좋다) 그것도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위험한 상황으로 또 다시 내몰리면서 오히려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된다. 여기서 작가의 기발함에 박수를.


왜 상장을 고집해야 하나? 결국 어른들에게 묻는다. 누구에 아들, 딸과의 비교를 위해 내 아이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이야기는 말한다. 어쩌면 실수를 실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엄마의 입장에서, 선생님의 입장에서 어른들의 행동을 꾸짓는 걸로 읽었다. 소질이 없으면 어떻고 그 소질이 쓸모가 없으면 어떤가. 


믿어 주고 기다려 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잘 관찰해서 아이의 기운을 복둗우고. 부모가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 없기에 아이가 잘 선택하도록 도와야 한다. 대신 선택해 주는 게 아니라. 


아이랑 같이 읽어보고 이야기해 보기 참 좋은 책. 아. 3학년 필독도서라고 했는데 책에 나오는 학년은 4학년이다. 3학년이 읽던 4학년이 읽던 뭐 달라지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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