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이프 적응, 커리어, 결혼
어느덧 미국에 온지도 9개월이 지났다.
가끔 펼치다 말다 하던 다이어리를 꺼내 보니 어느덧 올해도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도 잠시, 아침에 일어나 맡는 공기가 지난달보다 훨씬 차가워져서 문득 나도 모르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아쉬움과 후회가 섞인 감정이 몰려든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한 해이지만 올해는 참 어찌 보면 내가 그려왔던 매일의 일상을 드디어 원 없이 누리게 되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더 한없이 나약한 나 자신을 정면으로 똑바로 본 시간이기도 했다.
‘ 마침표가 아닌 쉼표’라는 말처럼 올해의 내게 주어진 이곳에서의 시간을 나는 내 인생의 마침표로 만들지 않으려 무던히 매일같이 노력했던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이렇게 확실하지 않은 세상에서 내 하루만큼은 확실하게 만들어 내고 싶어서 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 같다.
누구나 인생의 큰 전환기 그것이 커리어든 결혼이든 맞이 해본 적이 있다면 그 사이의 변화하는 공기를 다들 어떻게 맞이 하는지 참 궁금하다.
막상 타인이 보면 코로나 시대에 꿈같은 해외 생활일 법하지만 내겐 이 시간을 마냥 즐길 수만 없었다. 커리어 전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 업에서 일하면서 나는 그 일을 엄청 즐기지는 못했지만 잘해 내려고 노력은 했고 그 덕분에 그래도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다던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치 못한 어느덧 2년이 다되어 가는 우리의 평범하지만 너무나 소중했던 순간들을 앗아간 그것은 나의 업과 내가 앞으로 마주할 인생의 방향까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언젠가 내가 몸담았던 서비스 업을 오래도록 평생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나를 다르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를 꾸려야 될 때가 올 것이다.라는 생각은 자주 했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내 흥미를 찾고 그것을 재능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나는 그 과정에 있어 잦은 자기 의심을 하며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우연히 ‘Imposter syndrom’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커리어에 있어 자기 의심을 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 특히나 이 심리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자주 보인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것이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굴레 때문인지 개인의 성향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해결책은 실력을 키우라.라는 것이 그 기사가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였다.
실력을 키워라. 내가 새롭게 가보기로 한 길 위에서 잦은 자기 의심으로 여정을 미루어지게 하는 나쁜 습관은 내가 내 실력, 능력을 키워 내어 자기 의심을 자기 믿음으로 완벽히 전환시켜야만 해결될 것 같다.
남은 올해의 시간만큼은 이것 하나만큼은 고집쟁이 기질을 살려 꼭 지켜내고 싶다.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에 내 발로 걸어 들어와 어느 정도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현실의 상황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 날것의 것들에서 오는 힘듬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과 가끔 이야기를 나누면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하고 위안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 개인과 다른 개인, 너무나 다른 두 불완전한 객체가 만나 하나를 이루어 나가는 그 과정을 고작 몇 개월 겪고 나서는 새삼 그 시간을 오롯이 지켜낸 우리의 부모님 그리고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 솟아났다.
내가 이렇게 자존심이 강하고, 이기적이고 나만 생각하는 철저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끝까지 미안해 한마디 내뱉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것이었나 반성하고 또다시 제자리걸음이다.
해외에서 일하며 혼자 살아보며 난 어른이야 하며 우쭐했던 지난날이, 결혼이라는 것 안에서 한없이 불완전한 나를 보며 움츠러들게 만들고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어른 가면을 쓰고 어른 행세는 했지만 나는 아직도 어른이 아니라 한낱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 짧지만은 않은 시간을 통해 느꼈다.
문득 오랜만에 일기 같은 글을 써내려 가며, 내가 마주한 상황 나의 가치, 그리고 내가 선택한 지난날의 것들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여 돌아보고 그것들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거의 선택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고 어렵고 힘든 때가 있더라도 그것은 과거의 것이 그랬듯 모두 지나갈 것이니까.
오늘의 내가 미래의 과거가 될 때를 대비해 현재에 흩날리는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이 내가 나에게 지금 가장 할수 있는 최선일것이다. 그러니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나를 그리고 우리를 토닥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