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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Rachel Aug 02. 2021

비 오는 날 파전 대신 갤러리

워싱턴 스미소니언 프리어 갤러리 방문


아침에 눈을 떠 핸드폰을 보니 어느덧 8월 1일이라는 숫자가 뜬다. 7월 아침의 쨍한 무더위를 지나 8월 첫날의 아침은 어쩐지 비가 살살 올 분위가 든다.

미국 이곳 워싱턴에 온 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나고 변화하는 계절이 말해주듯 나는 이곳에서 지나온 시간만큼 매일을 어떻게 보내왔던가 아침부터 어제와는 다른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이렇게 주체할 수 없이 생각으로 가득한 날 그리고 날씨까지 흐린 날은 미술관을 방문하기 가장 최적의 날이 아닌가 싶다.

그 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워싱턴 디씨에 위치한 ‘프리어 갤러리’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연 갤러리는 입장하니 약 2주 전 친구들과 방문했던 토요일 아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맴돈다.

거의  포함 손에 꼽을 만큼사람들이 갤러리 내에서 각자의 일요일 아침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지나니 차츰 여러 형태의 방문객들이 모여들었다.


친구들과 방문했을 때 프리어 갤러리


다시 방문한 갤러리는 그때만큼이나 고요하고 따뜻한 기운이 드는 작지만 알찬 미술관이었다.

친구들과 왔을 때 조금은 오늘보다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많은 작품들을 다소 빠르게 소화하기 급급한 마음으로 놓친 작품들이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오늘은 혼자서 진득이 채우고 갈 작정이다.


이 갤러리가 예상치 못하게 나를 두 번의 방문을 하도록 이끈 건 무려 고려시대 청자 및 그 외의 우리나라 도기, 생활용품 등을 전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안 아트를 주제로 중국, 일본, 한국, 이슬람, 인도 등의 나라의 11-15 세기 등 꽤 오래된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정갈하고 다듬어진 갤러리의 분위기만큼이나 푸르고 단아한 고려청자의 자태를 구경하며 시대를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려청자의 고유한 Beauty of art는 이곳 워싱턴의 작은 갤러리를 구경하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이들에게도 전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갤러리를 방문해서 그 나라들의 미술 작품들을 볼 때면 각 나라마다 작품에서 전해지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는 걸 금방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프리어 갤러리는 방마다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시되어있어서 연결된 통로들을 지나다니며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더욱 나라별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비슷한 모양의 도기라도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는 미세하지만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문양이나 색상이 약간 과감하며 볼드 하여 화려한 느낌이 있던 반면 우리나라는 문양을 그려 넣은 꽃의 종류나 모양 색상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느낌이 있지만 그것 자체가 뿜어 내는 아우라가 강해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게 했다.


뭔가 말로는 설명이 어렵지만 우리나라 옛 도기들이 가진 아름다움이 왠지 그 시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투영되어있는 느낌이라 몇 점의 도기만으로도 옛 시대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갤러리에 가면 그런 느낌을 마주하는 순간이 좋다.

작품을 보며 작품에게 내 방식대로 말을 걸다 보면 어느새 그 시대를 살던 어떤 이들과 대화하는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는 것.


또한 매번 느끼지만 전시를 구경할 때면 나도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갤러리라는 공간에서 전해지는 약간의 어두운 조명과 조용한 공기는 나의 부유하는 마음을 잠재우고 내가 가는 방향을 재정비하고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한다.

시대가 변해도 예술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그들의 변하지 않는 언어로 인간의 부족함과 성숙하지 못함을 일깨워주고 자극을 준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이 곁에 두어야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프리어 갤러리 중정

그렇게 구경 후 다리가 아파올 때쯤 쉬어 가는 예쁜 공간 코트야드 (courtyard)는 프리어 갤러리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하나의 매력이다.

훤하게 밖과 연결된 공간은 미술관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시 작품들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갤러리 바깥 풍경을 전해준다.


일요일 아침 갤러리 방문이 생각보다 8월의 새로운 시작인 첫날 나에게 많은 질문과 위로를 함께 주었다.

그렇게 받은 기운으로 다시 재정비하는 태도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바꾸려 노력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좀 더 달려보는 올해의 하반기가 되면 좋겠다고 다짐하며 갤러리를 나섰다.


중정의 초록 잎들이 가을색을 물들 때쯤 이곳을 다시 만나러 와야겠다.



Freer gallery of art  link


https://asia.s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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