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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Rachel Jul 12. 2021

엄마와 베트남 달랏에서-3

엄마와 함께한 베트남 달랏 여행 _베트남 메린 커피 농장, 달랏 꽃 정원




동남아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마트를 꼭 가서 그곳에서 유명한 로컬 커피를 사거나 커피점을 찾곤 했다. 태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태국 특유의 연유가 듬뿍 들어간 달달한 커피가 어느새 입에 가장 맞던 나는 베트남 여행을 하기 전에도 왠지 내가 좋아할 스타일일 것 같다!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떤 커피가 베트남에 있을까 궁금해하던 찰나였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 찾아보니 베트남 달랏에는 무려 커피농장이 있었다. 

꽤나 규모가 큰 베트남 달랏 메린 커피 농장. 그 어떤 것보다 식 후 한잔 맥심 커피가 최고의 맛이라고 하던 엄마도 커피 열매를 기르는 농장이라니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는 과연 어떨까 궁금해하셨다. 

베트남 메린 커피 농장은 도보로는 불가능한 고산 지대에 있었다. 로컬 드라이버와 함께 올라가던 산 굽이 굽이 길이 꽤나 길었고 굽이진 굴곡만큼이나 끝없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어제와는 또 다른 달랏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페에서 바라본 풍경
베트남 달랏 메린 커피 농장

그렇게 넓지 않은 길을 굽이 굽이 올라가다 드라이버가 멈춘 곳 오른쪽에 초록 초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메린 커피 농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메린 커피 농장은 큰 규모로 자리하고 초록 커피 열매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로컬 커피 쓰어다 커피를 주문하고 엄마와 둘이 끝없이 펼쳐진 커피나무들과 저 넘어 희미하게 보이는 산등성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아름다운 달랏 커피 농장 풍경


달랏에 온 날부터 무언가 이곳은 물들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메린 커피 농장은 그런 많은 것들 중의 내 마음속 일등이었다. 

내가 간 시간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 않아서 더욱 엄마와 나는 그곳의 풍경과 순간을 마음껏 느꼈다. 엄마와 나는 쓰어다 커피 한잔의 값으로 눈앞에 펼쳐진 숨 막히는 절경을 쉴 틈 없이 보며, 쉽지는 않았지만 엄마를 이곳까지 모시고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나도 엄마도 커피 열매를 그날 실제로 처음 본 우리는 매일 같이 마주하는 커피 한잔이 이렇게 생긴 열매에서 만들어지는 구나하는 신기함, 그리고 몰랐던 사실인데 베트남 커피 생산량 1위 지역으로 달랏이 유명하다니 거의 이곳에서 수확되는 커피 열매들이 베트남 전국으로 유통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워했다.


엄마와 달랏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둘이 신남을 감추지 못했던 때는 자연 날것의 것을 마주했을 때였다.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와 나는 꽃 정원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꽤 큰 규모의 수없이 다양한 꽃과 식물들을 재배하고 잇던 달랏 꽃 정원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꽃을 자주 가까이 두고 보길 좋아하는 엄마에게 그 어떤 곳 보다 엄마의 행복한 진짜 미소를 자주 볼 수 있던 장소였다. 

알록달록 가득한 꽃들과 식물에 둘러 싸여 함박웃음 짓고 있는 엄마와 내가 담긴 핸드폰의 사진들을 보니 그때가 꿈처럼 다시 생각나고 그런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환경과 평소에는 게으른 편이다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확 밀어붙이길 좋아하는 내가 그 여행을 엄마와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이고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달랏 꽃 정원


태국에서도 미국에 온 지금도 나는 여전히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부모님 곁에서 그들의 안부를 살필 수 있는 딸은 못된다.

달랏 여행을 정리하며 그때를 회상하다 보니 부모님에게 효도를 한다는 걸 언젠가 마음먹었을 때 하려고 하면 그때는 가까이 계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무언지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의 하지 않은 행동들로 후회라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짐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나는 그때도 지금도 딸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최선은 항상 무겁고 비싸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친구에게 쉽게 안부 묻듯 부모님께도 자주 안부를 묻고 내 일상을 전하고 내가 그들을 멀리서도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수화기 너머로 조금 더 생각보다 자주 전하는 것. 

효도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하니 그런 것이었다. 서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같이 하고 나중에도 바라보며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부모님의 자리가 될 과정을 직접 겪어 나가다 보니 그때 엄마와 함께한 여행과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가까운 사람들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일상에서 문득 추억과 기억이 잦아든다.


오늘도 나와는 다른 시간대를 살아 내고 있는 내 가족 가까운 이들이 모두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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