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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Rachel May 20. 2021

엄마와 베트남 달랏에서 -2

베트남 소도시 달랏 여행 기록 - 크레이지하우스,달랏야시장,쑤언흐엉



그다음 엄마와 정한 행선지는 이름만 들어서는 도대체 무슨 장소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크레이지 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알고 보니 용도는 게스트 하우스지만 그 외관이 너무나 독특하고 눈길을 끄는 건물이어서 원래의 용도보다는 관광지로 탈바꿈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달랏의 외형이 아주 특이한 건물이었다. 멀리서도 얼핏 보이는 기괴한 모양의 건물은 들어서니 그 규모와, 올라서니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슬아슬한 다리와 계단을 지나면서 마주치는 관광객들과도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듯한 눈짓으로 이 건물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독특한 곳을 잘 보존해두고 관광지로 전환시킨 베트남 사람들의 영리함에 감탄을 했다. 엄마는 독특한 외관과 내부를 같이 둘러보면서 아슬아슬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면 겁낼 법도 한데 엄마가 먼저 앞장서서 이곳저곳으로 가보자고 했다. 결국 꼭대기까지 가서 탁 트인 달랏의 풍경의 한눈에 담아내고 나니, 우리가 진짜 여행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멀리 어쩌면 구불구불 돌아 올라온 산꼭대기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그들만의 집을 지어 그 안에서 생을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은 참 넓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 만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하게끔 했다. 

그리고 여행을 쿵짝이 잘 맞는 엄마와 같이 이곳을 올 수 있어서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원래 여행의 즐거움은 화창한 날씨가 한몫을 하는데 그 날은 어쩐지 날씨 운도 좋은 듯 맑게 화창 하게 푸른빛을 끊임없이 내뿜는 맑은 하늘을 보며 앞으로 지낼 달랏에서의 엄마와의 소중한 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그려 보았다. 


크레이지 하우스 올라가며 바라본 달랏 소도시


그리고 크레이지 하우스를 구경하고 케이블카를 타러 급히 간 곳은 안타깝게도 운행을 하고 있지 않아서 바로 다시 내려와야 했지만 그런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듯, 내려오는 길목에서 만난 해 지는 달랏의 풍경은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을 아름답고 찬란한 달랏의 오후를 엄마와 내게 선물해주었다. 


나는 여행의 그런 점이 좋다. 막상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갑자기 마주하는 선물 같은 순간.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낯선 곳으로 떠나길 갈망하는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은 그 순간 나를 멈추어 돌아보게 하고 그 시간 안에서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잠깐 멈춰서 풍경과 공간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내 일상에서 어쩌면 평범하고 지루하게 느껴 왔던 것들이 새삼 다시금 감사하고 특별하게 다시 여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엄마와 같이 저녁노을을 마주하며 걸으며 만난 달랏에서의 풍경은 케이블카를 타지 않아서 또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엄마와 또 같이 수없이 그 공간에서 남긴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니 오롯이 그 순간에 머물렀던 엄마와 나 그리고 달랏의 공기가 지금 여기 다시 전해지는 것 같다. 


케이블 카 대신 내려오며 마주한 달랏 풍경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예쁜 개인 별장
노을 지는 달랏 풍경



그리고 저녁은 동남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야시장 구경! 워낙 작은 소도시라 호텔에서 걸어서 몇 백 미터 넘지 않는 곳에 작은 야시장이 있어서 저녁 산책 삼아 나갔는데 예상보다 더욱 먹거리 볼거리가 다양했다. 

방콕이 워낙 야시장으로 잘 되어 있어 살면서도 자주 한 번 씩 동기들과 나가 맥주 한잔 하곤 했는데 엄마와 베트남에서 야시장 구경을 하니 또 새로운 기분이었다. 


달랏에서 유명해서 꼭 먹는다는 깸보. 아보카도와 코코넛 아이스크림의 조화!
얇은 전병에 야채랑 계란을 풀어서 구워먹는 베트남 달랏 길거리 음식
몇 가지 꼬치를 구워 바로 먹을 수 있는 달랏 야시장


엄마와 둘이서 손잡고 야시장을 돌아다니니 이곳저곳에서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동남아 야시장을 걸어 다닌다는 건 조심스럽고 꽤나 예전의 일인 것만 같아 그 순간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와 결국 마음에 드는 곳 한 곳에서 꼬치를 몇 개 골라 구워 달라고 하고 길거리 한 귀퉁이에 임시로 마련해 둔 듯한 조그만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에 서로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동남아 맥주 타이거 한 캔을 시켜서는 둘이서 한 모금씩 홀짝홀짝하며 앉아있으니 그 순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맥주 한 캔에 꼬치 두 개를 나눠 먹으면서 세상 가장 재밌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엄마의 모습에 그리고 그 모습을 찍어주던 내 모습도 핸드폰에 고스란히 남아 그날을 기억하게 한다. 사진은 힘이 세다. 특히나 여행 사진은 그래서 순간 지나칠뻔한 그때의 감정과 기억들도 끄집어 내게 하는 힘이 있다. 

달랏에서의 첫 하루는 그렇게 딱 우리가 원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로 가득 채운 일정이었다. 




다음날 든든한 아침 조식을 먹고 처음 나가본 곳은 의미도 예쁜 '봄의 향기'라는 뜻을 가진 달랏의 호수 '쑤언 흐엉'이었다. 지도로 봤을 때 작은 달랏에 꽤나 큼직하게 자리 잡은 호수는 근처에서 가기 가까운 달랏 꽃 정원을 가기 전 잠깐 들러 구경하기 좋은 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쑤언 흐엉 호수 가는 길 
달랏 쑤언 흐엉 호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 걸어 가보기로 한 엄마와 나는 쑤언흐엉 호수로 가는 길에서 어제 오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달랏의 진짜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아침을 각자의 속도대로 시작하는 달랏의 사람들, 조그만 아침 쌀국수 가게가 문을 열고 국수를 삶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야시장 너머를 지나가다 보니 아 맞다 여기 베트남이었지 하며 엄마와 두런두런 얘기 하다 걷다 보니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멀리서도 반짝이며 제 존재를 뿜어내는 쑤언 흐엉 호수에 엄마는 가까이 가기도 전에 작은 탄성을 질렀다. 말할 것도 없이 엄마는 저만치 먼저 호수 아래로 가서 가까이서 물 구경을 하며 쑤언 흐엉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깨끗하고 푸릇한 잔디들을 보며 행복해하셨다. 

그리고 그림인 것 마냥 작은 흰말이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구경하며 말 엉덩이가 반짝거릴 만큼 눈부시게 빛나는 쑤언 흐엉의 기운을 느끼며 엄마와 나는 신남을 감추지 못하고 엄마가 또 더 좋아할 만한 꽃 정원으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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