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집-회사만 반복하는 직장인
햇수로 6년, 연차로는 5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다니고 나왔을 무렵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기간을 갖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퇴사한 해 10월 초 무렵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계획한 것 중 이룬 것은 자격증 몇 가지를 취득한 정도였다.
새로운 직장을 다니면서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동안 또다시 어느 순간 집과 회사만 반복해 다니고 있었다. 평일의 피로들로 주말에는 늘 지쳐있었다.
역시 직장인의 운명이란..
사실 거의 놓고 있었다. 워라밸이 확실한 회사를 다니면 내 시간을 자유롭게, 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정말 하고 싶은 거 다하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랑 연락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도 떨고
응, 아니야
계속 연락해 오던 친구들도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다 보니 연락을 해도 되는지 애매한 관계가 되어서 인간관계는 극 소수로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팍 받았다. 실제로도 전화번호부를 검색했을 때 반 이상 지워도 될 정도로, 왕래가 없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대학교 때 지도교수님이나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던 동기들, 중고등학교 친구들까지 연락이 싹 끊겼다. 사회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게 지인들 관계에서는 어느 순간 고립이 되었던 것 같다.
고립이 되어 갈수록 다이어리에는 많은 일정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친구를 만난다던가, 어디 가서 쉰다는 일이 아니라 월화수목금금금이 되는 모두 일적인 내용이 었다.
다이어리를 쓰는 습관은 중학생 때부터 계속 사용했지만 다이어리 모으기를 그만둔 건 직장을 다니고 나서부터였다. 처음엔 개인용 일정다이어리와 업무용 다이어리를 따로 사용했었다. 그런데 부질없는 짓이었다. 매일 15시간 이상 회사에 있는데 어떻게 개인일정을 만드나... 그래서 첫해를 제외하고 직장인 2년 차부터는 한 권만 썼었는데 빼곡한 업무일정들을 보고만 있어도 정신이 아찔해질 것 같고 피곤해서 새 다이어리로 바꿈과 동시에 버렸다. 이렇게 일 년을 불태웠는데 얻은 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병명뿐이었으니까.
그래도 퇴사 2년 차(직장인 7년 차)부터는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 보기 시작했다. 마침 새해였고, 새 다이어리를 구매해 새해 목표를 만들면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었다. 물론 그때 쓴 다이어리도 버려서 그때 적었던 버킷리스트가 없어졌다. 하지만 확실히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버킷리스트 (대략) 10개 중에 한 3개 성공했던 기억이 남는다.
왜냐하면 매년 버킷리스트에는 올해 안에 퇴사는 1순위 항목이며, 6개월 이상 쉬기, 알바조차 하지 않은 정말 힐링의 삶을 적어놓기 때문에 새해 목표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가득이다. 그래도 새해 이룰 수 있는 일들을 서너 개씩 적어두는데 자격증공부나 업무관련된 교육을 듣고, 자기계발을 하는 내용의 리스트만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말했던 10개 중 3개만 실천할 수 있는 1년 계획이라는 소리다.
대한민국은 일상에 지쳐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살면서 매일 월화수목금금금을 힘들게 살아가 것이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라고 말한다. 퇴사를 하면 왜 잘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냐고 오히려 그만둔 사람탓을 할 만큼 비상식적인 것 같다.
정작 그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다수의 사람들이 매일 퇴사를 1순위로 꿈꾸지만 당장의 생활과 주변의 눈치에 눌려 그냥 계속 다니고 있는, 일상에 지쳐있는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