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간 통합은 조직의 생존 및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관들에는 필수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자칫 통합 시 전략, 재무, 법무 등의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인적요소나 조직문화를 등한시할 수 있다. 특히 통합 과정 시 발생한 구성원 간의 직급 및 직제개편 문제, 통합 취지에 맞는 사업 진행 여부, 업무별 통합에 따른 갈등 등은 조직 내 잠재적 갈등의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조직 내 갈등을 해소하고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필수요소와 관리방안을 살펴본다.
무조건 ‘Why?’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라
필자는 최근 이사를 하면서 두 아이의 방을 어떻게 배치할까 고민을 많이 하였다. 첫 번째 옵션은 기존처럼 두 아이에게 각자 ‘방’을 주는 것이고, 두 번째 옵션은 공부하는 ‘방’과 잠자는 ‘방’을 분리하고 두 아이가 각각의 방을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내와 많은 논의를 한 결과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결과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돌아온 결과는 아이들의 극심한 ‘반대’였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큰딸은 그 반대가 더욱 심했다. 필자와 아내는 아이들의 극심한 반대에 당황했고, 지금처럼 각자 방을 주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도 하였다.
지금 필자의 이사한 집에서 아이들은 공부하는 방과 잠자는 방을 분리하였고 각각의 방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필자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 그리고 몇 가지 절차를 거치면서 부모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두 아이가 함께 방을 쓰는 생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필자는 지방공공기관도 위의 아이들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① 결정되었다면, 왜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소통하자
“아이들에게 용도에 따라 방을 분리하고, 두 아이가 함께 방을 쓰는 안을 의사결정한 배경과 이유, 얻을 수 있는 효과(장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었고, 아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경청하고, 그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통폐합’에 대한 의사결정은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되고, Top-Line에서 결정되어 Bottom-Line으로 내려온다. 보통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이에 따라 통폐합되는 기관의 구성원들은 이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낸다면 통폐합을 통한 기대효과를 충분히 얻기 어려울 것이다. ‘결정되었으니까 받아들이세요’라는 접근보다는 ‘결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 조직 구성원들에게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라는 접근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구성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통폐합의 결정에 본인들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겠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면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것인지, 통폐합의 기대효과는 무엇이고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Pros. & Cons.)에 대해서 반드시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② 통폐합 Process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Process에 구성원을 참여시키자
“이사할 집에서 아이들이 사용할 방의 위치를 고르게 하고, 방 안의 Lay-out을 아이들 의견 수렴해가면서 정하고, 필요한 가구의 구매도 아이들이 직접 고르고 결정하게 하니,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고,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통폐합이 결정되면 보통 ‘통폐합추진본부’가 설립되고, 해당 조직 주도로 통폐합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조직 내에서 통폐합 프로세스의 최고 전문가들이 최적의 방식으로 본 과정을 진행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통폐합되는 조직의 ‘일반 구성원’ 참여와 그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하는 것이 통폐합 이후의 이슈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첫째, 중요 사안에 대해서 설명회/공청회/의견수렴설문 등의 방식을 통해 구성원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둘째, ‘통폐합추진’ 조직에 직원 대표도 참여시켜 통폐합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참여와 과정을 통해 구성원은 변화 수용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통폐합 이후 새로운 조직 출범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③ 통합 후 드러나는 ‘긍정적인 부분’을 좀 더 강조하자
“이사 후, 아이들과 방의 변화(전에 각자 방을 쓰던 때 보다)에 대해 어떤 점이 더 좋고, 긍정적으로 느끼는지를 물어보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이야기되는 점들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아이들 주도의 ‘그라운드 룰’도 정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폐합 후 새롭게 출범되는 조직의 초기 모습에서는 기존보다 나아진 점, 보다 불편한 점 또는 부정적인 점이 더 드러날 수밖에 없다. 부정적 부분이 계속 드러나고 강조되다 보면 변화 과정에서 구성원이 갖게 된 변화 수용성이나 기대감이 점차 사라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부정적 부분을 감추자는 것이 아니다. 통폐합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대감을 현실의 모습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고, 드러나는 부정적 부분에 대해서는 빠르게 대안을 마련하여 해결해 나간다면 ‘통폐합 조직의 새로운 조직문화 수립’의 첫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점을 찾지 말고 ‘다른’ 점을 찾아라
모든 조직은 해당 조직만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각 조직 구성원의 고유한 행동 특성이 존재한다. 유사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통폐합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잘못된 생각이다. 유사한 부분만 보다 보면 좀 더 우위에 있던 조직의 문화에 다른 조직 구성원들이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러 조직의 통합 후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관점에서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각 조직을 존중하면서 조직간 ‘다른’ 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다름에 대한 부분을 상호 이해하며, 그 ‘다름’을 통합 조직에서도 지속적으로 존중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존중에서 출발하여 상호이해가 되고 그 속에서 더 좋은 문화의 방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화를 개선하려고 하지 말고,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켜라
조직문화의 학문적 정의를 살펴보면, 개인과 집단, 그리고 조직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공유된 가치와 규범을 의미한다. 즉, 조직문화는 특정한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공유된 가치, 규범, 행동 스타일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분명히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직문화는 실체가 불분명한 것에 가깝다.
많은 기관과 기업이 조직의 변화 포인트에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기관과 기업들은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고, 우리 조직의 구성원이 같은 방향으로 지양해야 할 ‘행동’을 정의하고, 가급적 모든 구성원이 일할 때 그 ‘행동’을 실천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뜬구름 잡는 듯한 조직문화의 이야기(ex. 벽에 붙여 놓은 조직문화 포스터 등)는 특히 MZ세대의 공감을 유발하기 어렵고,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쉽게 이해되고,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행동으로 옮겨지게 되는 것이다. 많은 구성원이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직 내부에 ‘공유된 가치와 규범’이 형성되는 것이고 이러한 것이 꽤 오랜 시간 축적된 것이 그 기업의 ‘조직문화’인 것이다.
‘공공기관, 공기업은 이래야 하는 거야.’라는 선입견이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일 수 있다. 조직문화의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문화를 정해 놓고 그 조직문화를 따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방법이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여 우리 ‘공공기관, 공기업’만의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의사결정권자들이 그 ‘판’만 열어주면 된다. 2023년에 많은 지방공공기관, 공기업에 그 ‘판’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