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던지는 직장인들
2019년 7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강의 꼭지가 하나 더 늘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및 예방'과 관련된 강의이다. 강의를 위해 자료 준비를 하다 보니 안타까운 사연들이 너무 많다. 조직과 사회의 중추로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 할 40대 중년 가장, 딸을 결혼보내고 2주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버지, 꿈에 그리던 공무원이 되어 사회 첫발을 내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태움이라고 하는 생소한 단어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은 의료인들..
그저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에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기를 원했을 저 사람들이 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려야 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 어김없이 달리는 댓글이나 반응 중 하나가 이것이다.
"그렇게 회사가 힘들면 그냥 퇴사하면 되지, 왜 그랬어요..."
물론 안타까움에 한 말일 것이고, 나 역시도 일정 부분은 동의한다. 그런데, 인간이란...감정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예전에 자살을 시도했던 지인은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옥상에 올라와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여러 설문이나 보고에 따르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70%가 넘고, 괴롭힘을 경험 또는 목격하고 나면 60%의 사람들이 근무의욕이 감퇴하고, 50% 가까이 이직 고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 불안을 느끼며 감정조절이 안되고, 수면장애 등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상담을 의뢰하는 분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이직을 고민하고, 가슴이 뛰고, 잠이 오질 않고, 지하철에서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분도 있었다. 공황장애 증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였다.
언론을 통해서 드러나는 직장내 괴롭힘 강도는 상당히 강하다. 심각할 수록, 더더욱 인격 말살적일수록 언론을 타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언론을 탈 정도의 극단적 상황은 아닌 그보다 낮은 수위의, 그러나 피해자는 굉장히 괴로운 사례가 훨씬 많다.
직장내 괴롭힘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3가지만 적어 보자면,
1. 말뽄새 부터 고치자
직장내 괴롭힘의 가장 많은 유형은 폭언, 모욕적 발언이다.
일단 서로가 말만 조심해도 괴롭힘의 40% 이상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들도 있듯이 일단 따뜻하고 배려하는 언어를 쓰는 것이 직장내 괴롭힘 예방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2. 직장내 올바른 관계를 맺자
같은 말을 해도 상대와의 관계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그 말은 훌륭한 조언이 되기도 하고, 날카로운 비수가 되기도 한다. 구성원들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며 늘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관계 맺기는 1번, 즉 '말뽄새부터 고치자'와도 연결이 되며, 조직에 대한 세대간의 엄청난 인식 차이를 인정하고, 조직의 목표를 충분히 잘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3. 업무지시는 명확하게 하자
애매한 업무지시는 갈등이나 괴롭힘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구체적으로 업무지시를 하여 그러한 갈등 소지를 미리 줄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보고서를 내 던지며 무조건 "이거 틀렸으니 다시 해와!" 가 아니라 어느 부분이 잘못 되었는지 또 수정 방법에 대하여 좀 더 알려준다면 부하직원은 충분히 납득할 것이다. 어쩌면 상사의 업무 역량이 부족할 수록 괴롭힘 요인이 커질 위험이 있겠다 싶다.
직장내 괴롭힘은 언뜻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이슈라고 해도 결국 인격의 문제, 인권의 문제이며, 나아가 변하고 있는 세상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변화 수용 지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직장인들은 누구든지 혹여 나로 인해 동료가, 부하가, 선배가 괴로와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정도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면 세상이 훨씬 더 밝아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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