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옷깃만 스쳐도
운동을 하는 이유는 우주의 별의 개수만큼이나 무수할 것이다. 체중감량 또는 유지를 위한 사람도 있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목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운동하는 그들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낸다. 누구는 오늘도 축구화를 들고 축구장, 풋살장으로 향하고 농구화를 들고 코트로 향하고 누구는 운동화를 들고 헬스장으로 향하고 누구는 수경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밤에 시간이 없으면 해도 출근하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가고 그것마저 시간이 안 나면 모두들 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운동을 가는 이들을 보면, 나는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존경심을 느낀다. 모두들 운동은 잘하고 있는가. 아님 오늘도 운동을 해야한다는 마음만 먹고 인터넷으로 이 운동의 장점, 단점, 부상 위험을 찾아만 보고 있는가.
운동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시간을 내는 것이 좀 쉬운가. 퇴근도 일정치 않은 마당에 집에 가기도 바빠죽겠는데 굳이 시간을 내어 운동하러 간다는 것이 큰 도전인 거 나도 잘 안다. 또 다치기라도 한다면?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한동안 불편한 목발만 짚을 텐데? 잘못하다 허리에 디스크라도 나가는 순간에는 평생 고질병이 될 텐데? 좋아했던 운동으로 못 돌아가는 수도 생긴다. 이름을 부르기도 두려워 ‘그것’이라고 부르는 입스(YIPS)라는 것이 오면 몸이 성한 야구 선수들도 평생 밥만 먹고 한 것이 야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잘 던지던 공을 못 던진다. 나도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즐겨하지는 않는 편이라 간단하게 5킬로라도 며칠 달린 날에는 근육이 뻐근하다. 물론 가만히 있는 것이 다치지 않는 길인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운동은 꼭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운동이 있다. 일일이 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같은 구기 종목이라고 해서 옵션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운동 방법도 바뀐다. 테니스와 스쿼시처럼. 그 운동을 다 경험해 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말 찍어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좋으니 다양한 운동을 체험해 봤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이 오늘도 마음만 먹고 실천으로 행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의지가 없어서도 아닌,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다. 나는 그 수많은 이유 중 가장 확실한 이유는 자신만의 운동을 찾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재미를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운동을 하는데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인 지속력이 없다.
나도 운동 방랑자의 삶을 살았다. 어쩌면 다우징을 한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처음 시작한 운동은 농구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농구에 중학교 때 형들을 따라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나름 동네에서 알아주는 축에 속했었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공부에 집중을 위해 한 며칠 점심시간에 모여 하는 연습을 가지 않은 적이 있다. 그러자 형들이 나를 찾아 겁을 줬다. 나는 그날부터 농구는 억지로 하는 운동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헬스를 시작했다. 목적은 살을 빼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하는 운동은 나름 재밌었다. 하지만 체계가 없었다. 나를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다. 간단하게 하는 오리엔테이션을 기반으로 몇 달간 운동을 즐겼었다. 하지만 지속력은 없었다.
나는 앎을 좋아한다. 정말 잔지식 같은 것들 말이다. 인생에 있어서는 별 도움 없어 보이겠지만 그냥 알면 기분 좋은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러다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알게 됐다. 그렇게 힘들단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 운동은 우리 동네에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나의 앎 리스트에 하나 적립하는 느낌으로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꼭 이 운동을 한다는 느낌으로.
전역을 하고 나서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간단하게 체험만 하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알지도 못하는데 등록해버리면 돈만 날리고 운동은 못하는 상황에 놓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만난 크로스핏은 내 인생에 자리했다. 나는 힘들어하는 내가 너무 싫었고 그날로 나는 길고 긴 크로스핏이라는 길에 오늘도 걷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크로스핏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나는 이끌어주는 사람과 나와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크로스핏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정말 나를 이끌어준 인연이 많았다. 커뮤니티가 주를 이루는 운동에서 나를 그들의 커뮤니티로 받아들이고 나를 이끌어준 수많은 사람, 코치님들이 있어 지금까지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잘하고 있다. 지금도 나는 나의 사람들과 운동하는 것을 즐기고 또는 혼자서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을 즐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 않는가. 생각보다 옷깃은 몸의 안쪽에 위치한다. 손처럼 움직일 수도 없다. 그곳이 스치려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떠나보내 봐야 한다. 그러다 진정한 인연이 오는 순간에는 그제서야 옷깃이 스치고 몸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문신과 같은, 지우려면 엄청난 고통을 주는 문신과 같은 사람이 된다. 운동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운동을 찾고 있는가. 지금도 수소문하여 운동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가. 지금도 유튜브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을 보고만 있는가. 괜찮다. 찍먹만 해라. 그러다 내 운동을 찾으면 작살을 쏘아 내 평생가는 운동으로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