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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Nov 06. 2019

방울토마토 새싹이 건네는 위로

오늘도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는 당신에게

나의 소박한 버킷리스트엔 ‘식물 키우기’가 항상 담겨져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유 없이 지내다보면 이따금 잊고 살아가던 감각들이 몹시도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내겐 ‘헌신’과 ‘보살핌’의 감각들이 그러했다. 잊고 살아왔던 두 감각을 손쉽게 되찾아볼 요량으로 식물을 키워보려 했던 것이다. 식물도 식물 나름인지라 종(種)에 따라 다르겠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매일 조금의 수고로움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헌신하고 애정을 쏟고 있다는 감각을 채워볼 수 있겠다 싶었다. 여기에 더해 잊고 살았던 삶의 여유를 되찾고도 싶었다. 물을 주는 시간만큼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스스로에게도 ‘쉼’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거침없이 몰아세우는 현실을 감당해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버킷리스트에 담겨 있는 ‘식물 키우기’를 몇 해가 지나도 지우질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0월의 어느 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겸 소매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방울토마토를 키울 수 있는 작은 화분을 보았다. 요즘은 집 내부에 작은 정원을 가꾸기도 하고, 플랜테리어라 하여 집안을 식물과 예쁜 화분들로 꾸미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던 터라, 직접 식물만을 파는 곳으로 찾아가 이것저것 비교도 해보고, 구경도 하면서 구매하고 싶었지만, 또다시 차일피일 미루게 될 것을 우려해 눈앞에 있는 작은 방울토마토 화분으로 시작해보자고 생각하며 집으로 데리고 왔다.


방울토마토 씨앗


화분에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은 뒤, 내용을 읽어보니 매일 물을 주고, 햇빛에도 5시간 이상은 노출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쓰여 있었다. 막상 베란다에 놓고 키우려고 보니 햇빛이 베란다 창 안으로 충분히 들어오질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한줄기 작은 햇빛에 의지해 물을 주며 가까스로 키우게 되었다. 그렇게 키우다보니 열악한 환경 탓에 몇 주가 지나도 싹이 움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금세 지쳐서 헌신과 보살핌의 감각을 되찾기는커녕, 습관적으로 물을 주며, 다시 재빠르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우연히 창가를 지나 화분을 보게 되었는데 방울토마토 화분에 작은 새싹이 움터 있는 것을 목격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햇빛도 듬뿍 받아보지 못하고, 식어간 주인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도 흙을 뚫고 움터낸 새싹의 모습이. 또 새싹 위에 흙이 묻어있는 모습을 보니 가까스로 올라오려고 애를 쓴 흔적에 대견하기까지 했다.


방울토마토 새싹

가만히 오늘 나의 하루가 떠올랐다. 아무리 햇빛을 주고 물을 부어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서 지쳐있던 나. 이제는 나조차도 포기하려 했던 지난한 나의 삶. 헌신과 보살핌은 내가 방울토마토에게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앞에 작은 방울토마토 새싹에게서 내가 받았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내가 성장가능성을 지레 재단하고선 그를 포기하려 했을 때조차도 그는 자기 자신을 놓지 않았다. 햇빛도 안 들어오는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유일한 주인의 관심조차 저물어서 누구의 관심과 애정도 받지 못한 이 새싹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얼굴이 온통 새까매진 채로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새싹이 짓고 있는 미소는 그의 강인한 생명력만큼이나 빛났다.     



나를 포함해서 오늘 하루도 자신의 반복되는 삶 속에서 지쳐있는 이들. 뚜렷한 성과가 나오질 않아 속상해 하는 이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한사람도 없는 것 같아 지독히도 외로운 이들에게 전하는 방울토마토의 위로는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걸어가라는 것. 강인한 생명력으로 힘들고 외로워도 묵묵히 걸어가자고. 어렵고 고된 환경 속에서도 밝은 미소 잃지 않으며 나아가자고.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세상으로 고개를 내밀게 되었을 때 맞이할 빛을 희망하자고. 그렇게 눈앞에 이 작은 새싹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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