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버티기
러닝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고
요즘 러닝머신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데, 걷기와 달리기를 5분씩 교대로 반복해 40분을 채운다. 걷기 5분은 휘리릭 지나가는데 달리기 5분은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흐를 수 없다. 3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나머지 2분 동안은 못하겠다는 기분만 가득하다. '이걸 못하나' 하는 오기로 2분을 간신히 채우긴 하지만 말이다.
못하겠다, 하기 싫다는 기분을 이겨내고 하는 것. 그것이 내 어딘가의 근육을 키워내고 있겠지. 그런 순간 하나 없이 사는 것보다는 분명 뭔가가 단련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런 생각을 했다.
글쓰기도 그렇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여유있게 해내겠지 했는데 마지노선인 월요일이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모르겠다. 연재 전 생각해둔 주제, 글감은 바닥난 지 오래였고 이제는 그 주에 느낀 일들을 중심으로 영감이 오길 기다리는 처지인데 그놈에 영감은 발행일 직전에나 올까 말까 한 지경이었다. 그 사이 고망이에 관한 일이나 집안일, 가게 일이 끼어들고 잠시 쉴 시간, 잠잘 시간을 줄여 가며 써야 하는 일도 생긴다.(지금도 그렇다!) 게다가 빨리 써야 한다는 생각에 더 고역스럽다.
그러면 원론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왜 하기 싫은 일을 시작했냐는 것이다. 글쓰기 따위 내 삶에서 그냥 없어도 좋을 부분 아닌가. 도저히 쓰지 않고 못 배길 고통스러운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문장들이 술술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닌데! 더욱이 먹고사는 문제도 아니고 비전도 없다.
그런데 안 한다고 생각하면... 뭐랄까?
그건 또 좀 싫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러고는 러닝머신 위에서 괴로운 2분을 견디듯 숨을 몰아쉬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갑자기 문장 하나를 떠올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듯 문장들을 이어 붙인다. 어느덧 글 한편을 완성하고는 좀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평소 머릿속을 맴돌던 편린들이 글이라는 형체를 이루며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이 스스로 신기하기도 하다. 이 고역을 피하고 말았다면 공중에 사라져 버렸을 것을 여기에 가둬둘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스토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글을 좀 꾸준히 써보고자, 육아라는 거대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을 어떻게든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나를 잘 옭아매주고 있으니 말이다.
구독자나 좋아요 같은 수치에 계속 눈이 가긴 하지만, 그래서 마치 브런치라는 메가시티에 4.8평(구독자 수를 제곱미터로 해서 환산한) 짜리 원룸에 살고 있는 기분이지만 내 목표는 100평짜리 집에 사는 게 아니라 100편까지 쓰는 거니까 악물고 버틸 수 있다, 있다고 생각한다. 쑥과 마늘만 먹는 고통을 100일간 했더니 사람이 됐다는데 나도 뭔가가 되겠지.
버겁게만 느껴지는 육아나 가게 일도 그렇다. 고망이를 세밀하게 잘 살펴 육아의 고비고비를 '제대로' 넘어나가면 적어도 고망이 전문가는 될 것이고 가게 일도 10년쯤 '제대로' 하다 보면 전문 홀서버 및 경영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게를 소재로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출산을 하고 코로나를 겪으며 세상이 끝나버린 것 같은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던 사람으로서 내게도 아직 성장 모먼트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늙는 게 다가 아니라니.
그러니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그놈에 '하기 싫음' '도망가고 싶음'과 싸워 이겨내보기로 한다. 그리고 고망이에게도 잘 알려주고 싶다. 시작하게 된 일에는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고 그 순간들을 돌파해나가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쉽게 잠수 타고 도망가는 녀석들처럼 되지 말자, 우리.
#언제_잠수타는_녀석들_썰을_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