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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펑예 Oct 01. 2024

2분 버티기

러닝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고

요즘 러닝머신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데, 걷기와 달리기를 5분씩 교대로 반복해 40분을 채운다. 걷기 5분은 휘리릭 지나가는데 달리기 5분은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흐를 수 없다. 3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나머지 2분 동안은 못하겠다는 기분만 가득하다. '이걸 못하나' 하는 오기로 2분을 간신히 채우긴 하지만 말이다.

못하겠다, 하기 싫다는 기분을 이겨내고 하는 것. 그것이 내 어딘가의 근육을 키워내고 있겠지. 그런 순간 하나 없이 사는 것보다는 분명 뭔가가 단련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런 생각을 했다.

 

글쓰기도 그렇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여유있게 해내겠지 했는데 마지노선인 월요일이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모르겠다. 연재 전 생각해둔 주제, 글감은 바닥난 지 오래였고 이제는 그 주에 느낀 일들을 중심으로 영감이 오길 기다리는 처지인데 그놈에 영감은 발행일 직전에나 올까 말까 한 지경이었다. 그 사이 고망이에 관한 일이나 집안일, 가게 일이 끼어들고 잠시 쉴 시간, 잠잘 시간을 줄여 가며 써야 하는 일도 생긴다.(지금도 그렇다!) 게다가 빨리 써야 한다는 생각에 더 고역스럽다.


그러면 원론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왜 하기 싫은 일을 시작했냐는 것이다. 글쓰기 따위 내 삶에서 그냥 없어도 좋을 부분 아닌가. 도저히 쓰지 않고 못 배길 고통스러운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문장들이 술술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닌데! 더욱이 먹고사는 문제도 아니고 비전도 없다.


그런데 안 한다고 생각하면... 뭐랄까?

그건 또 좀 싫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러고는 러닝머신 위에서 괴로운 2분을 견디듯 숨을 몰아쉬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갑자기 문장 하나를 떠올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듯 문장들을 이어 붙인다. 어느덧 글 한편을 완성하고는 좀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평소 머릿속을 맴돌던 편린들이 글이라는 형체를 이루며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이 스스로 신기하기도 하다. 이 고역을 피하고 말았다면 공중에 사라져 버렸을 것을 여기에 가둬둘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스토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글을 좀 꾸준히 써보고자, 육아라는 거대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을 어떻게든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나를 잘 옭아매주고 있으니 말이다.

구독자나 좋아요 같은 수치에 계속 눈이 가긴 하지만, 그래서 마치 브런치라는 메가시티에 4.8평(구독자 수를 제곱미터로 해서 환산한) 짜리 원룸에 살고 있는 기분이지만 내 목표는 100평짜리 집에 사는 게 아니라 100편까지 쓰는 거니까 악물고 버틸 수 있다, 있다고 생각한다. 쑥과 마늘만 먹는 고통을 100일간 했더니 사람이 됐다는데 나도 뭔가가 되겠지.


버겁게만 느껴지는 육아나 가게 일도 그렇다. 고망이를 세밀하게 잘 살펴 육아의 고비고비를 '제대로' 넘어나가면 적어도 고망이 전문가는 될 것이고 가게 일도 10년쯤 '제대로' 하다 보면 전문 홀서버 및 경영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게를 소재로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출산을 하고 코로나를 겪으며 세상이 끝나버린 같은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던 사람으로서 내게도 아직 성장 모먼트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늙는 다가 아니라니.


그러니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그놈에 '하기 싫음' '도망가고 싶음'과 싸워 이겨내보기로 한다. 그리고 고망이에게도 잘 알려주고 싶다. 시작하게 일에는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고 순간들을 돌파해나가면 더 강해질 있다고 말이다. 쉽게 잠수 타고 도망가는 녀석들처럼 되지 말자, 우리.  





#언제_잠수타는_녀석들_썰을_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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