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 해도 어려운 연애
32살, 여덟 번째 연애가 끝났다. 대학 때부터 부지런히 사랑을 찾아다닌 날 사랑꾼이라 칭하고 싶지만, 어째 죄다 낙제한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점은 감사하게도 노력한 만큼, 강의에 성실하게 참여했던 만큼 잘 따라줬다. 그런데 사랑이란 녀석은 ‘노오력과 반성은 나음을 만든다’라는 내 공식을 늘 무참히 빗나갔다. 노력하면 해서 F, 자연스럽게 편해져도 F, 그의 말을 잘 따라줘도 F. 늘 FFF.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재수강도 불가능한 과목이기에 그저 아쉬움만 남는다.
이번 연애도 어김없이 낙제다. 오랜만에 찾아온 설렘, 가만히 있어도 좋음, 바라만 보아도 행복함. 누군가 ‘존재만으로 감사한 사람이 곧 나타날 거야’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정말 실제 했다. 생각만으로 힘이 나는, 자꾸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니. 짧은 기간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들뜸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처럼 주변에서 “혹시 연애해요?”라고 먼저 물을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그 시간 속 내가 어땠는지 설명이 되리라.
하지만 만남을 지속할수록 알 수 없는 감정이 이따금 날 흔들었다. 인생에 좋은 순간은 찰나라는 말을 새기며 살아온 탓일까?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끝없이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나를 넘어 그까지 괴롭혔다.
‘행복한 순간은 언제 끝날까, 이 사람은 언제 날 떠날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겁내면서도 차라리 얼른 와서 이 감정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마음이기에 누구에게 속 시원히 말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혼자 끙끙 앓았다. 고민하는 밤들이 쌓이자, 이제 사람들은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너무 안 좋아.”라고 물었다. 결국 마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만남의 끝을 들은 그는 담담했다. 불안해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일까, 이날을 예상했던 사람처럼 "넌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모든 불안이 이내 사라지더니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헤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거였다.
"나 못 헤어지겠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미안해."
"아니야,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거야. 이제 그만하자."
집에 돌아오는 길, 멈출 수 없는 눈물과 괴로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 마음으로 내뱉은 말이었기에, 후회가 한 가득이었다. 내 탓을 할 수 밖에 없던 그날 밤, 심장이 두근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말하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끝’이라는 단어가 가진 매섭고 두려운 힘이 온몸을 휘감았다. ‘난, 또, 왜’ 세 단어를 반복하며 밤새 자책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모든 비난의 화살을 나를 향해 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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