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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Sep 07. 2022

성실한 아침이 준 상실

익숙함이 준 쓸쓸함


아침은 참 성실한 녀석이다. 빠지는 날도 없이 매일 찾아온다. 잠들지 못해 지겨운 밤을 보내고 나면 비슷한 듯 다른 날이 와 있다. '지지부진한 하루 시작이네' 부정적인 사고가 고개를 들면 곧장 화장실로 향한다. 씻으면 좀 나아지길, 마음을 다듬는다는 생각으로 몸을 정돈한다.


일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건 상실이다. ‘잘 잤어?’라는 말이 사라진 것.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울리던 카톡이 조용한 것. 전과 다른 고요를 맞이하는 게 상실의 시작이다. 안부를 묻는 거, 연애 중에는 별일 아니라 생각했는데 끝나니 그만큼 허전한 게 없다.


'고마운 사람이었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하자, 쓸쓸함이 훑고 간다. 당연하지도, 사소하지도 않았던 문자. 챙겨주던 이가 없어졌다는 게 헛헛하다. '적응해야지, 몇 달 전에는 있지도 않던 일인 걸' 씁쓸함을 접어두고 출근 준비를 한다.


불면으로 강제 기상을 하는 덕에 꾸미는 시간이 늘었다. 다른 사람 눈에 폐 끼치지 말자며 대충 쓱쓱 그리고 나갔는데 요즘은 부쩍 화장에 공을 들인다. 부은 얼굴을 찜질로 가라앉히고, 화장을 짙게 해 흐리멍덩한 눈에 힘을 싣는다. 별 거 없는 옷장을 한참 들여다보다 제일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해 깔끔하게 맞춰 입는다. 괜찮아지고 싶고, 괜찮아 보이고 싶은 발버둥이다. '괜찮아 보여' 그러길 바라는 맘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집을 나선다.


"얼굴이 푸석하네. 무슨 일 있어?"

"열대야라, 피곤한가봐요.“


짙은 화장도 가리지 못하나보다. 새로 산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핑크빛 볼터치로 생기를 줘도 칙칙함은 그대로인 듯하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헤어져서 그런건지. 아마 둘 다겠지. 누군가는 내게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이는 살이 많이 빠졌다며 건강을 염려했다.


피하고 싶은 안부. 동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교무실 인사는 생략하고 조용히 위층으로 향했다. 어둡고 텅빈 교실이 안전하게 느껴진다. 밤사이 답답해진 공간을 환기하고 주변을 정돈하며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평.소.처.럼. 그런데 별안간 눈물이 핑 돌더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져요."


교실을 앞을 지나치다 멍한 나를 보고 들어왔다는 부장님. 그 앞에서 펑펑 울었다.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너무 싫다며 하소연했다.  


"쌤, 나도 학기 초에 그랬어. 근 네 달 동안. 그래서 어떤 기분인지 잘 알아. 병원은 가봤어?"  

"몸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내과 가서 검사하고 약만 좀 받았어요."

"나도 그러다 상담 받았어. 6회기 정도 지나니까,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더라. 더 심해지기 전에 가 봐. 필요하면 정신건강의학과도 가고."  


가까운 곳에 같은 증상을 겪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됐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닌 것 같아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마음도 그런 거라는 말이 참 고맙다. 나아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마음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그의 말에 안도하게 된다. '조금씩 원래대로 회복되길' 작은 바람이 생겼다. 이제 일어나야지, 아픈 마음을 일으켜 상담센터를 예약했다.


Photo by Mehrnegar Dolatman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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