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힘 Apr 02. 2023

완벽주의 : 불안

심리적 문제 2

불안은?


유발 하라리의 상상과 불안. 


요즘 세상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심리학적으로 불안은 '뭔가 안 좋은, 주로 위협적인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될 때 드는 느낌이다. 진화적으로 인간은 공룡 등과 비교해서 약자였기 때문에 불안중추가 잘 발달되어 위험으로부터 빨리 도망가는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우리는 그 후손들이고 다 겁쟁이들이다. 불안이 진화적으로 살아남은 걸 보면, 분명 생존에는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인류학자인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얘기한 대로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상상하는 능력이 있다. 이 상상하는 능력 때문에 종교, 돈이라는 추상적인 실체를 만들어 내고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상상하는 능력 때문에, 세상에 없는 일도 상상으로 만들어 내서 불안해한다. 

상상력의 역할을 강조했던 유발 하라리. 

완벽주의에서의 상상과 불안. 


완벽주의에서는 이런 상상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앞에서 여러 번 얘기한 대로 완벽주의자들은 현실의 요구를 잘 알아보고 그에 맞춰서 적응하기보다는 자기 내면의 기준에 따라 움직이며 현실적으로는 맞지 않게 과도하게 일을 처리한다. 외부 강사가 내준 영화 보고 감상문 쓰는 숙제를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장 정도에 썼는데 그는 5,6장을 썼다. 물론 출석과 숙제를 잘하기만 하면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P'( pass vs  'F', fail)를 받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의 인물이 내게 하는 말보다는 내 마음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인물(내적 대상)이 할 법한 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할 법하다는 것은 실제로 그 사람이 한 얘기가 아니라, 본인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자기 버전의 그 사람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주로 가혹한 역할을 맡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판적이다. 


완벽주의와 불안 


불안하면 생기는 일. 


완벽주의자들은 항상 '일이 완벽하게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끔찍한 결과를 머리에 이고(두통, 어지럼), 어깨에 메고(어깨 통증), 가슴에 담고(두근거림, 숨 답답함) 살고 있다. 일이 안될지 모른다는 가능성은 불안의 정서로 나타나고 몸이나 마음이 만성적으로 시달린다. 


완벽주의자의 불안은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다. 그 불안을 동력으로 일을 하고, 불안으로 영혼이 잠식당하기 때문에 완벽주의자에게 불안은 필요하지만 암과 같은 존재이다. 


완벽주의에서의 불안의 기원. 


 불안의 근원은 완벽주의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완벽주의의 정의에서부터 불안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g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완벽주의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이 있다. 현실에서 요구하는 것, 가능한 이상으로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현실에서의 필요성 여부와 무관하게 의미 부여하고 높은 목표를 설정한다. 현실에서 필요하지 않고 달성이 안 되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니 안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일정을 조정하려 하다 보면 무리가 따르고 꼬이게 된다. 게다가 만성적인 압박감 때문에 부담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미루기를 시전하고 있으니 일은 항상 무리스럽게 진행된다. 마약과 같은 성분인 도파민이 밀린 일정을 급하게 할 때만 분비되어 동기부여를 하고 집중력 있게 일을 하게 해 주게 때문에 [일 = 불안, 압박]의 등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흑백논리에 의해서 100점이 아니면 다 0점 처리하는 이상한 채점법 때문에 오직 100점만 받아들일 수 있고 나머지는 감당이 안된다.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한국 여자 양궁 선수들도 매번 10점을 쏘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이런 심리에서 실수는 완벽주의자의 사전에 없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0점을 맞는 자신을 예쁘게 봐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잘못되었을 때 따뜻하게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자기 혼자가 아니라 마음속의 누군가가 비판을 같이 한다. 


대인관계에서는 자신의 완벽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무리한 부탁도 거절하지 못한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데도 혼자서 책임을 지려고 한다. 자신이 그 일을 혼자서 제대로 못하면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부탁을 못한다. 


그리고 항상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가를 감당하지 못한다. 따지고 보면 꼭 해야 할 일도 아닌데도 해야 할 일의 목록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막상 그에 몰두해서 하고 있으면 더 나은데 꼭 필요한 일인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인지를 따지지 않고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추가된 'to do list'일뿐이다. 자기 목표나 삶의 가치 그리고 현재의 시간 여유 등을 고려해서 내린 정확한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다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아무 일도 없어도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해한다. 


이상의 불안의 이유들을 요약하면, 


-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는 실수에 속을 끓이고

- 그걸 또 심하게 비판하고, 

- 무리한 일이어도 남에게 얘기를 못하고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 그리고 어쩌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아무것도 안 하는 그 시간을 감당하지 못한다. 


불안 다루기 


불안에 점수를 매기다: 불안의 평가. 


불안은 뭔가 안 좋을 일이 생갈 것에 대한 예상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불안하다고 하면 막연하다. 


불안은 


안 좋은 일(원인) => 내게 미치는 영향(현실, 마음, 신체증상)(결과)


의 구조이다. 


이 흐름을 예상하는 것이 불안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불안을 느낀다면 원인이 되는 안 좋은 일을 알아차리고 불안해지는 게 아니라, 내게 미치는 영향이 느껴져서이다. 


'불안하니까, 불안하고',

'두근거리니까,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니까, 불안하다'


는 식의 예들이 많다.  


이렇게 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심리적 현상이 일어나는 방식이 그렇게 발달되어 와서 그렇다. 불안하면 친구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거나,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는 식으로 대처를 주로 한다. 그 이유를 따지고 들지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피상적으로 같은 말이 반복되는 식이다.  원인을 차근차근 따져보고 실제로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두 번째는 언어의 효과이다. 불안이 너무 자주 쓰이는 말이라서, 한 사람이 불안하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그냥 자기 방식으로 받아서 조언이나 위로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돌파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말을 바꾸는 것이다. 


"나는 불안해"가 아니라, 

"나한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아"라고 한다. 


그럼 불안을 출발점으로 해서 심란하고(마음), 숨이 답답하고(신체증상), 사람들이 다 귀찮고 짜증 나는(대인관계, 업무)의 결과에 머물다가,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게 하는 이유가 되는 일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과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내 삶에 생기는 변화(의미)를 따져볼 수 있다. 


사고나 질병, 회사에서의 실직, 전셋값 인상 등 나를 불안하게 하는 목록을 챙겨볼 수 있고, 

그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따져본다. 여기서 그 가능성은 이전에 얘기한 대로 내가 가수가 되는 논리적 가능성(한다는데, 누가 말려?)과 현실적 가능성(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 거의 0%)을 따져야 한다. 완벽주의가 덜한 분들은 이런 설명 만으로도 편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완벽주의일 때 아주 사소한 가능성에도 꽂힐 수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편이다. 이럴 때는 거꾸로 완벽하게 간다. 


  "당신이 공황장애로 만약 죽는다면, 죽을 수 있는 조건들을 한번 따져봅시다."

 

이렇게 해서 죽을 수 있는 길을 찾아가다 보면 그 가능성의 희박함을 체감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가능성을 따졌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의미와 대처를 따져본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에서 IT 부분에서 일하던 분이었다. 아래 후배가 팀장으로 오게 되어 부담이 컸다. 그 부담 때문에, '수학 하나는 자신이 있으니...' 하면서 퇴직 후 수학학원 개설 계획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자세히 물어 그 일을 파악을 해보니(이를 명료화라고 하고, 면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혼자서 이런 문제를 다룰 때도 잘하면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내가 나이나 입사 연차가 높으니 일을 제일 잘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은 급한데 안되어서 불안하다'라고 한다. 


이 불안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자신은 최선을 다해서 도움이 되어야 하고, 안 되면 주어질 마음의 안과 밖에서 비판적 시선과 어색해질 관계, 입장 그리고 장차 자기의 입지가 너무 부담이 되었다. 


여기서 그분의 내면에 형성된 후배라는 인물(그의 마음속에 형성된 후배상)은 


'제일 연차 높으니 제일 열심히 일 잘할 거죠? 기대할게요. 못하면 많이 실망이 될 거예요'


라는 식의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후배가 그런 마음일까? 


A: 내가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면 안 돼. 기를 잡아야 해. 그리고 연차 높으니 할 줄 아는 것도 많을 테니, 일 더 하는 건 당연하지 뭐. 중이 싫으면 절을 나가야지...

B: 좋은 조건의 선배가 있다. 일 시키기도 그렇다. 그냥 조금 도와주면, 그냥 일은 편한 아랫사람들 시키면서 하고 싶지 않을까?


이 두 가지의 극단적인 가능성이 있다. A를 0점, B를 100점이라고 하면 현실은 0과 100점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을 것이다. 0점이 될 수 있는 조건, 100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따져보고 자기가 몇 점 정도일지, 그리고 그 점수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생각을 해보았다. 



점수는 대략 70 점 정도로 나왔고, 그 점수의 판단 기준이 되는 내용을 살펴보고 정리하니, 결과는 대충 아래와 같았다. 


"잘하려 하면 오히려 팀장인 후배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일 펑크 내거나 이상하게 분위기 조성하는 식으로 민폐 끼치지 말고, 자기 일 그것도 1인분이 아니라 한 0.8인분 정도 조용히 해주면 고마워할 것 같다"


인지치료적인 개입으로 한 2,3번 면담 후에 편해진 경우인데, 


막연한 불안을 구체화된 내용으로 채우고, 그 [가능성/결과(impact)] 세트를 정리해 보면, 해결될 수 있는 불안이라면 거의 다 다뤄질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렇게 되기 힘들다. 다음 시간에는 차근차근 따질 수 없는 심리적 이유와 안되어도 도움이 되는 기전에 대해서 다뤄보려 한다.  


***

글을 쓰다보니, 독자 분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피드백 주시거나, 자기 경험 같이 공유하실 수 있으면 반영해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주의: 심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