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라면 먹는 법
2019년 어느 금요일
저녁 8시쯤 본가에 도착했다.
저녁을 못 먹어 배가 고파 엄마에게 라면을 끓여달라 부탁했고, 엄마는 나에게 라면이 담긴 그릇을 내어주었다.
'특별할 게 있나?' 싶은 사진이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냄비 채 먹으면 되지, 왜 굳이 그릇에 옮겨서 주었을까? 설거지 거리만 늘어날 텐데..’
지극히 자취생 중심적 사고였다.
엄마는 한 끼를 먹더라도 정성스럽게 먹으라는 말로 나의 물음에 답했고, 본인은 혼자 라면을 먹을 때도 그릇에 라면을 옮겨 담아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의 한마디가 꽤나 강렬했다. 혼자 먹을 땐 '끼니를 때운다'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나도 나에게 대접받을 수 있겠구나'를 깨닫게 된 계기였다.
물론 냄비 채 끓인 라면이 정성스럽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릇에 옮겨 담고, 설거지가 늘어나는 '수고로움'이
엄마와 나에게는 아주 조금의 정성이 들어갔다고 느껴질 뿐이다. (라면은 어디에 먹어도 맛있긴 하다)
내가 나를 잘 대접하고, 대접하고 싶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