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창틀 위로 올라가 창밖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든다. 담장 위로 솟은 대추나무가 억수 같은 빗줄기에 요란스레 몸을 떤다. 잎이 무성해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실내에서 보는 비는 낭만적이고 비 오는 날의 서점도 나름 운치가 있지만 책은 종이로 만들고 종이는 습기에 취약하다. 그래서 쾌적하게 종일 에어컨을 켜 놓고는 있으나 전기료 폭탄 걱정에 마음은 눅눅하다.
여자는 네 시간째 한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독서 중이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정말이지 감탄할 만한 집중력이다. 오늘 여자가 고른 책은 <등대로>다. 어제까지는 <성(城)>을 읽었다. 처음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기억한다. 프루스트를 읽는 사람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피네간의 경야> 때는 마침 읽지 않은 소설이라 한번 따라가 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으나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일찍이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모두가 칭송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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