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스파라거스 숲 (2/10)

by 걍마늘

출입문이 열리자 시끄럽게 빗소리가 났다. 여행 가방을 든 교수가 어렵게 우산을 접고 빗물을 뚝뚝 흘리며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아스파라거스 잎으로 뭘 한 거지?”

작년에 교수가 개업 선물로 준 화분이다. 식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 바깥에 내놓은 후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주인집 화분들 사이에 슬쩍 놓아두었더니 식물에 애정이 많은 아주머니 덕에 고맙게도 저절로 관리가 되었다. 그래서 상태를 잘 몰랐다.

문을 열고 내다보니 그가 말한 대로다. 잎은 사라지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자네 고양인가?”

교수가 책을 건넸다. ‘비고 페데르센’의 <숲>이다. 그가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에 갔을 때 나를 위해 특별히 구입했다는 그림책이다. 한밤중에 불쑥 찾아와 논문 때문이라며 책을 도로 가져가겠다고 한 것이 한 달 전쯤이었나. 잠자는 사람을 불러낼 정도로 급했다면 더 일찍 생각났어야 하지 않나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어차피 내가 산 것도 아니라 아무려면 어떠냐 싶어 넘겨주고 잊은 책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걍마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섬에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없어요.

6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