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이 열리자 시끄럽게 빗소리가 났다. 여행 가방을 든 교수가 어렵게 우산을 접고 빗물을 뚝뚝 흘리며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아스파라거스 잎으로 뭘 한 거지?”
작년에 교수가 개업 선물로 준 화분이다. 식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 바깥에 내놓은 후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주인집 화분들 사이에 슬쩍 놓아두었더니 식물에 애정이 많은 아주머니 덕에 고맙게도 저절로 관리가 되었다. 그래서 상태를 잘 몰랐다.
문을 열고 내다보니 그가 말한 대로다. 잎은 사라지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자네 고양인가?”
교수가 책을 건넸다. ‘비고 페데르센’의 <숲>이다. 그가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에 갔을 때 나를 위해 특별히 구입했다는 그림책이다. 한밤중에 불쑥 찾아와 논문 때문이라며 책을 도로 가져가겠다고 한 것이 한 달 전쯤이었나. 잠자는 사람을 불러낼 정도로 급했다면 더 일찍 생각났어야 하지 않나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어차피 내가 산 것도 아니라 아무려면 어떠냐 싶어 넘겨주고 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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