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스파라거스 숲 (1/10)

by 걍마늘

고양이가 창틀 위로 올라가 창밖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든다. 담장 위로 솟은 대추나무가 억수 같은 빗줄기에 요란스레 몸을 떤다. 잎이 무성해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실내에서 보는 비는 낭만적이고 비 오는 날의 서점도 나름 운치가 있지만 책은 종이로 만들고 종이는 습기에 취약하다. 그래서 쾌적하게 종일 에어컨을 켜 놓고는 있으나 전기료 폭탄 걱정에 마음은 눅눅하다.

여자는 네 시간째 한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독서 중이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정말이지 감탄할 만한 집중력이다. 오늘 여자가 고른 책은 <등대로>다. 어제까지는 <성(城)>을 읽었다. 처음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기억한다. 프루스트를 읽는 사람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피네간의 경야> 때는 마침 읽지 않은 소설이라 한번 따라가 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으나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일찍이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모두가 칭송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걍마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섬에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없어요.

6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