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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과 채찍 Feb 06. 2022

회사를 떠난다고 인간관계를 떠날 필요는 없다.

이전 회사의 동료가 아니라 한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소문 들었어요? 옆 부서 박 과장이 퇴사한대요.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는 소문이 금방 퍼진다. 그 소문이 진실인지 아니면 근거 없는 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에는 소문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동료들과 매일 마주치다 보니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떠도는 여러 가지 소문은 동료와의 대화 소재로 안성맞춤이다.

소문은 회사의 운영방안, 조직개편과 같은 회사에 대한 소문과 진급, 포상, 인사 발령과 같은 개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개인에 대한 소문 중에서 퇴사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이다. 분명 나는 팀장과 팀원들에게 퇴사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1시간도 지나지 않아도 유관 부서들은 모두 퇴사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하루만 지나면 유관부서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동료들의 좋은 대화 거리가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퇴사 소식은 나에게도 좋은 이야기 소재였다. 


퇴사 소식을 듣게 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들이 있다. 흡사 세트 메뉴 같은 느낌이다.

 "회사는 왜 그만둔데?"

 "회사 그만두고 무슨 일 한데?"

 "퇴사하면 그 사람 업무는 누가 한데?"

이 세 가지 질문은 퇴사 소식과 항상 같이 어울려 다닌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떠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고, 세 번째 질문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묻는 질문이다. 퇴사 소식 세트 메뉴와 질문은 실은 회사에 남겨진 자신들을 보기 위한 질문이다. 





누군가 한 사람의 퇴사지만 모든 사람이 동요한다.

퇴사하는 사람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다. 표면적인 이유는 퇴사 이후에 어떻게 수입은 어떻게 유지할지 궁금해한다. 그 질문을 향하는 곳은 자신의 현재 상황이다. 회사의 매출이 매년 증가하면서 발전하는 상황이라면 동료의 퇴사는 개인의 사정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회사의 매출이 정체 혹은 감소하는 상황이라면 퇴사를 공감하고 이런 회사에 남아 있는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회사의 매출이나 재정상태가 나빠지는 상태라면 퇴사자는 늘어난다. 침몰하는 배에서 같이 가라앉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른 살아날 길을 찾아 나아간다. 물론 다른 회사로 옮긴다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눈에 뻔히 보이는 불안한 상태의 회사는 벗어나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가 흔들리고 하나둘 동료들이 퇴사하는 걸 지켜보면 자신이 회사에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다른 동료들도 퇴사를 준비하고 실행한다. 그렇게 시작된 퇴사에 번지게 된다. 한 사람의 퇴사는 큰 영향이 되기도 한다.





회사를 떠난다고 인간관계를 떠날 필요는 없다.

  퇴사는 회사라는 조직의 구성원이었다가 조직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된다. 조직에서 나왔다고 해도 내가 가졌던 인간관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친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업무적인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라고 해도 나중에 연락은 할 수 있다. 회사를 떠나면서 오히려 동료들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퇴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평소에 연락도 안 하던 동료의 연락을 받게 된다. 심지어 별로 친분도 없는 사람도 친근하게 접근한다. 회사에서 자주 부딪혀서 옆에 있던 것이 당연했던 동료가 떠나게 된다는 걸 알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회사를 떠나기 전에 많은 팀 회식이나 여러 사람들과의 송별회를 가지게 된다. 


  퇴사하는 사람에게는 회사의 동료들이 호의적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물론 떠나는 당사자도 동료들에게 더욱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어떤 사람과 오랫동안 업무적으로라도 관계를 맺게 되면 나름의 친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동안 업무상으로 이런저런 아쉬운 일이 있었을지라도, 마지막이 되면 그런 앙금은 큰 문제가 아니고 서로가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를 떠나면서 친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몇 차례 겪었는데, 회사를 다니는 동안 계속 친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조직을 떠났다고 인간관계가 칼로 절단되듯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인간관계를 굳이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을 떠난 것이지 우리의 인생을 떠난 것이다. 이전 회사 동료들과 일부러 관계를 끊으려고 노력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만약 멀어질 사이라면 언젠가는 멀어진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회사라는 공간에서 보다가 보지 않게 되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서로가 멀어지는 날이 온다. 동료와는 함께 업무를 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던 사이다. 그런 사람과 가깝지는 않아도 간혹 한 번씩 연락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의 사이가 되는 것도 의미 있다. 기회가 된다면 간혹 만나서 교류도 가지고, 추억을 같이 나누어 보고,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는 사이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한다.



#퇴사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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