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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많고, 나는 그대로였다

정리는 해답이 아닌 ‘방향’을 찾는 일

by 당근과 채찍
생각이 많은 걸까, 정리가 안 되는 걸까
-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 더 복잡해지는 이유에 대해


혼란에서 시작된 기록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이 말을 한동안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살았다.

마치 그게 나의 성격이자 고유한 패턴인 듯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늘 껄끄러운 여운이 따라붙었다.


정말 생각이 많은 걸까? 아니면 그저 정리가 안 되는 걸까?

매일 머릿속을 떠도는 잡념들과, 반복되는 질문들, 그리고 방향을 잃은 결심들.

어느 날 문득, 나는 ‘기록’을 시작했다.

종이에 적어 내려간 그 순간부터, 생각은 흐름이 되었고, 흐름은 실마리를 만들어냈다.

생각은 많았지만, 정리는 되지 않았던 나. 그 차이를 알아차린 건 생각보다 중요한 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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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없는 생각 정리의 모순

처음에는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는 말에 기대가 컸다.

마치 명쾌한 결론이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글을 쓰면 쓸수록 더 많은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라는 사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그리고 요즘 내가 느끼는 불편함.

이 모든 것이 동시에 떠올랐다.

정리라는 말의 뜻을 오해하고 있었던 걸까?

단지 '정돈'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과정이었는데,

나는 정리를 결론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착각은, 나를 자꾸 ‘끝내야 한다’,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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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결론이 아니다. 방향이다.

생각이 많다는 건 어쩌면 삶을 깊이 받아들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얽히고설켜 있다는 건, 내 안에 수많은 관점이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진짜 정리는 결론을 내려는 게 아니라,

지금 나에게 중요한 실마리를 붙잡는 것이라는 걸.

나는 매일 기록을 하면서, '정리가 안 된다'는 말 속에 숨겨진 자기 인식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믿던 가치들이 정말 내 것이었는지, 지금 내 행동이 어떤 인풋에 반응하고 있는 건지.

이런 자각들이 쌓이면서 비로소, 나는 나의 방향을 조금씩 조율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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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방향과 느낀점: 멈추지 않고 쓰는 것

완벽한 정리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글은 정답을 쓰는 도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각’을 붙잡는 그물망 같은 것이다.

앞으로는 하루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흘려 써볼 것이다.

“나는 지금 왜 이 생각을 하고 있지?”, “어떤 인풋이 나를 흔들었을까?”

이렇게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내 생각을 바닥까지 끌어올려 줄 것이다.

결국, 내가 생각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생각을 나와 연결시키는 연습이 부족했던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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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많아도 괜찮다. 그것을 나와 연결하는 일이, 곧 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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