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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Jan 13. 2022

본의 아닌 아침형 인간

덕분에 올해 해돋이 n회차 관람

해돋이 보단 해넘이를 좋아하고,

아침의 활기찬 분위기보다 새벽의 고요함을 더 좋아한다.


그런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새해 목표라거나 나의 의지가 아니다.

나는 단순히 잠에 들지 못했고, 그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을 뿐이다.


매일같이 잠과의 사투를 벌인다.

잠에 들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잠에 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피곤하면 좀 잘 수 있으려나 싶어 운동도 하고, 낮잠도 자지 않는다.

잠을 잘 잘 수 있게 해 준다는 다양한 방법들은 거의 다 시도해봤다.

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사실 이쯤 되면 반은 포기한 상태이다.


잠과의 사투를 한창 벌이다 보면 창문 너머로 새벽의 고요함이 깨지기 시작한다.

'벌써 첫차가 다닐 시간인가.'


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짜증스러움이 올라온다.

오늘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그 생각에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화만 내는 거다.

그런데 또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어둑한 그 시간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난다.

'나는 아직까지 이불 속인데, 잠 못 잤다는 핑계만 대고 있는데...' 

대상조차 없던 화의 종착역은 언제나 자기반성이다. 


자기반성이 시작되면 휴대폰으로 일출시간을 검색해본다.

추운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뜨는 게 아쉬운 건 요즘밖에 없을 거다.


해가 뜨기 전까지 1시간 여가 남은 이 애매한 시간.

새벽 같은데 아침 같고, 아침 같은데 새벽 같은 이 시간.

이 애매함을 버텨내면 그래도 오늘의 해는 떠오르고

비록 불면으로 퀭한 눈일 테지만 해가 떠오르기 직전 붉게 물드는 하늘은 아름답게 담을 수 있으니까.


큰 의미가 있진 않겠지만 오늘도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 행세를 해 본다.

아침형 인간을 동경하진 않지만 존경하는 올빼미는 잠시 날개를 접어둔 채로.


한 올빼미의 n번째 해돋이 관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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